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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한국 주류①] 치열한 경쟁으로 악순환 빠진 국내 시장


입력 2017.11.22 06:00 수정 2017.11.21 20:17        최승근 기자

주류시장은 ‘수입맥주 천하’, 올해 국산 맥주 비중 처음으로 추월

소주는 그나마 선방…수도권 공략 실패‧경쟁 심화로 수익구조는 악화

한국 주류는 세계 유명 주류 품평회에서 다년간 우수성을 입증 받아 왔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국내에서의 입지는 유독 약한 편이다. 한국 술은 맛이 없다는 잘못된 선입견과 한정된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전체 주류 소비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한류를 타고 해외로 수출되는 한국 주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식문화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주류의 현 상황과 경쟁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수입맥주ⓒ연합뉴스

“요즘 수입 맥주 말고는 괜찮은 시장이 없다.”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 열풍 등 복합적인 이유로 국내 주류시장의 상승세는 꺾인 지 오래다. 다만 한국인 1인당 알코올 소비는 여전히 늘고 있는데 이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맥주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주류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주류 기업들의 경영 사정도 어려워졌다.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이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공장 매각도 추진 중이다.

국내 주류산업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맥주 시장은 올 3분기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소폭 증가했다. 이 기간 국산 맥주는 8.0% 감소했지만 수입맥주 판매량이 38.9% 성장하면서 전체 시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몇 년 전부터는 국내 주류시장이 ‘수입맥주 천하’라고 불릴 정도로 수입맥주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맥주 수입액은 2억16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1%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국산 맥주의 판매 비중마저 뛰어 넘었다. 전체 주류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7.7%에서 27.9%로 57.6% 급증했다.

반면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면서 광고선전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광고선전비는 지난 2011년 690억원에서 지난해 1416억원으로, 하이트진로는 2011년 924억원에서 지난해 1652억원으로 각각 105%, 78.8% 증가했다.

판매량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5년 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현재는 강원, 전주, 마산공장 중 한 곳의 맥주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의 실적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누적 적자규모도 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맥주공장 가동률도 44%로 절반이하 수준이다. 오비맥주 지난해 10년차 이상 임직원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붐이 일었던 막걸리와 위스키 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막걸리의 경우 한 때 웰빙 바람과 맞물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내수 판매와 수출량이 급증했지만 얼마 못 가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후 여러 업체들이 과일과 커피 등을 활용한 신제품을 내놨지만 반등에는 실패했다. 대표업체인 국순당의 경우 2015년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위스키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저도주 트렌드가 겹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며 음주문화를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위스키 연간 출고량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수를 낮춘 위스키를 선보이며 저도주 트렌드에 부응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주류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소주다. 올 3분기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다. 식당과 가정용 병 제품 외에 아웃도어 및 캠핑 인구 증가로 페트 제품 판매량이 9.2% 증가하며 전체 소주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전체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소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 들였던 수도권 공략에 실패하면서 중소형 주류업체들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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