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강철비' 정우성 "늘 청춘이고 싶어요"
영화 '강철비'서 엄철우 역 맡아
"정치적 메시지 고려하지 않아"
영화 '강철비'서 엄철우 역 맡아
"정치적 메시지 고려하지 않아"
"철이 없어서 그런지 늘 청춘이 되고 싶어요."
배우 정우성(44)이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청춘의 아이콘'이다. 특유의 우수에 찬 눈빛, 할 말은 다 하는 소신, 반항기 있는 모습. 대중은 그런 그를 '청춘의 우상'이라고 칭한다.
청춘이라 하면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지 않으려 하고, 가식적이지 않다.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은 정우성의 이런 순수한 눈빛에 주목해 그를 캐스팅했다.
'강철비'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액션스릴러물. 정우성은 극 중 엄철우로 분해 매끈한 연기력을 펼쳤다. 긴 팔과 긴 다리로 선보이는 액션신은 시원한 쾌감을 주고, 평양 사투리도 비교적 자연스럽다.
개봉 날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정우성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담담하다는 그는 "마음을 비우려고 했는데 언론의 평가가 좋아 기대하게 된다"며 "'강철비'는 어떤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영화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핵전쟁을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의 입장과 한국 정부의 시선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특히 한국 정부를 정권교체 시기로 묘사한 점이 흥미롭다. 현직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는 반면, 차기 대통령은 '남한과 하나'라는 상반된 입장을 생생하게 끄집어냈다.
정우성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점이 궁금해졌다. "같은 민족이잖아요.'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있고요. 통일됐을 때 생기는 장점을 떠올렸을 때 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북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다'는 대사도 있잖아요. 멀게 느껴지지 않죠."
다소 비현실적인 결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듯하다. 양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엔딩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영화는 인물의 선택을 영웅화하지 않는다"며 "엔딩이 감독의 의견인 마냥 단정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독의 말은 사실입니다. 엔딩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결정했어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알지 못해서 이질감을 느낄 순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결론입니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줄인 정우성은 촬영 중간에 체중이 더 빠져 고생했다. 날렵해진 몸매로 조우진과 맞붙는 액션신은 쫄깃한 스릴이 있다.
조우진의 액션 연기가 강해 보이도록 신경 썼다. 촬영 전부터 서로 합을 맞추며 연습한 덕에 폭발력 있는 액션신이 탄생했다.
그 어려운 평양 사투리는 최대한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연습했다. 사투리 선생님과 연습한 후 평양 남자들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봤다.
"평양 사투리가 무뚝뚝해서 제 목소리와 잘 어울렸어요. 말이 굉장히 빨라서 이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그래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 다행이에요. '아수라'에서 쓴 욕보다는 사투리가 훨씬 편합니다(웃음)."
'강철비'는 곽도원과 정우성의 남남 케미가 빛난다. 둘이 있는 모습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린다. 곽도원과는 '아수라'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특히 차 안에서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무거운 영화를 경쾌하게 만든다. 곽도원과는 따로 리허설을 하지 않았다.
"곽도원이라서 그런 호흡이 가능했죠. 도원 씨는 '곽블리'(곽도원+러블리)예요. 도원 씨 덕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양 감독이 언급한 '순수한 눈빛'에 대해선 "대중이 평소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느꼈던 순수한 눈빛이 엄철우에게서 보인 듯하다"며 "스스로 '순수하다'고 하기엔 낯간지럽다"고 미소 지었다. "제 나이 또래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참는데 전 감추지 않고 끄집어내려고 해요. 거기에서 오는 이질감도 있을 거예요."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정우성은 '본투킬'(1996),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똥개'(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소리'(2011), '감시자들'(2013), '신의 한 수'(2014), '아수라'(2016), '더 킹'(2017) 등에 출연했다.
2017년은 '더 킹'으로 시작해 '강철비'로 닫게 됐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은 그는 "둘 다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데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우성은 소신을 밝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배우로서는 의미 있는 행보다. 어떨 땐 연기적인 부분보다는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배우'로 화제가 된다. 정우성의 심지는 곧고, 단단했다. "영화를 사회 분위기를 느끼는 센 집단이라서 사회, 정치적 이슈를 담곤 하죠. 배우로서 그런 작품에 참여하면 위험하겠구나라고도 생각했죠. 제가 삐닥해서 그래요. 하하. '유명인'이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제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후배들에게 미안한 선배가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에요."
배우의 가치관은 간단, 명료했다. 사회 현상이나 정권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하자는 것.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얘기를 하면 '좌파', '좌익', '빨갱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배우는 "국민이 정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했다.
올해 열일한 그는 "작품마다 내가 쉴 수 있는 여백이 있었다"며 "나 혼자가 아닌 여러 배우가 책임지는 영화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쉬고 싶다고 고백했다.
'강철비'에서처럼 실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떨까. 그는 "전쟁 나지 말아야죠"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아쉬운 점은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 많은 사랑을, 원 없이 받았다"고 했다.
정우성은 배우 이외에 연출자로서의 꿈도 갖고 있다. 내후년 정도 연출작이 나올 계획이란다. "30대 때는 삐딱한 청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40대인 지금은 메시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답니다."
정우성은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난민 문제는 정치, 종교, 아동, 여성 등 모든 문제가 집약된 사안"이라며 "사회적 관심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고 했다. 이어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점점 동기부여가 됐다. 국제 사회의 이해와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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