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계속되는 사망보험 손실 왜
위험손해율 112%로 생보업계 최고
4분기 째 사차손실 지속 이상 현상
"IFRS17 대비 본업 역량 중요성↑"
ABL생명이 1년 가까이 사망보험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내 생명보험사들 모두가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이는 통상 예상한 수준보다 가입자들의 실제 사망률이 높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어서 언더라이팅 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험사의 기초체력 강화를 주문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이런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위험손해율은 평균 82.7%로 집계됐다. 이 같은 위험손해율은 사망보험금을 위험보험료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즉, 보험사들이 받은 위험보험료와 비교했을 때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주는 지표다.
보험사별로 보면 ABL생명은 올해 내내 사차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생보사였다. ABL생명의 지난 9월 말 위험손해율은 112.0%로 조사 대상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1년 전(93.2%)보다 18.8%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ABL생명을 비롯해 같은 시점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긴 곳은 AIA생명(100.4%)뿐이었다. 다만, AIA생명의 경우 올해 들어 100% 이상의 위험손해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인 반면 ABL생명은 ▲2016년 12월 말 113.3% ▲2017년 3월 말 115.1% ▲2017년 6월 말 113.1% 등에 이어 4분기 연속으로 110%가 넘는 비율이 계속되고 있다.
ABL생명은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입장이다. 올해 3분기까지의 사망보험금에는 자살보험금과 자살보험금을 늦게 지급한 데 따른 지연이자가 포함돼 있는데, 4분기에는 이런 일시적 효과가 빠지며 수치가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밖에 DGB생명(97.8%)·KDB생명(97.6%)·현대라이프생명(97.0%)·PCA생명(93.0%)·흥국생명(91.4%)·신한생명(87.5%)·미래에셋생명(86.1%)·삼성생명(84.8%) 등이 올해 3분기 말 위험손해율 상위 10개 생보사에 꼽혔다.
이른바 사차율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위험손해율은 보험사의 예정사망률과 실제사망률 차이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100%가 넘으면 사차손실이, 그 이하면 사차이익이 난 것으로 본다. 결국 위험손해율이 너무 높으면 보험사가 예상한 사망률이 크게 빗나갔거나, 상품의 보험료를 제대로 책정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사차손실이 이어질 경우 보험사 언더라이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언더라이팅은 생명보험 계약 시 계약자가 작성한 청약서 상의 고지의무 내용이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심사 과정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위험 상품 등을 많이 판매하면 보험사의 순식간에 사차손실은 커질 수 있다"며 "대표적인 장기 상품으로 단기간에 위험손해율을 끌어내리기 힘든 생명보험의 구조 상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년 간 언더라이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들의 이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회계제도 상 보험계약 수익은 보험료 수취 시 투자 요소를 포함해 인식돼 왔지만 2021년 본격 적용되는 IFRS17은 이를 배제한다. 그만큼 보험사의 본업인 상품 설계와 판매, 심사 등의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차이익이 생명보험의 기본적인 수익을 담보하는 부분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며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이 가진 이 같은 기초체력이 더욱 부각돼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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