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에 문 대통령 태운 현대차, 자율주행·수소차 사업 힘 받나
자율주행차·수소차 인프라 구축·보급지원 당위성 어필
자율주행차·수소차 인프라 구축·보급지원 당위성 어필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를 직접 시승하며 미래차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미래차 기술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힘을 빌어야 하는 현대차는 대통령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판교 IC까지 약 10km 구간을 현대차가 개발한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 타고 이동했다.
넥쏘는 현대차의 미래차 기술이 집약된 차량이다. 주행 방식에 있어서는 현대차가 보유한 최상위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고, 동력원은 현대차가 미래 친환경 기술로 집중 육성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날 시승에는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끄는 이진우 상무가 동승했다. 이 상무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기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2월 미국 GM으로부터 영입한 전문가다.
자율주행차 개념이 생소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온 1세대 자율주행차 전문가로 꼽힌다. 2006년부터 GM에서 자율주행차 선행 및 양산화 개발을 초기부터 주도하며 전세계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아온 그를 현대차는 지난해 새로 설립한 ‘지능형안전기술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대통령에게 국내 최고의 전문가를 붙여준 셈이다.
이 상무는 문 대통령에게 “차량도 스마트해야 하고 도로와 도시도 스마트해져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의 정부 지원 필요성을 어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넥쏘 시승 이후 가진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서 “내부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조심조심 갈줄 알았더니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 110km에 맞춰서 아주 빠르게 운행하면서 앞차하고 거리 맞추고 차선 바꾸고 하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소전기차’로서의 넥쏘의 특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으로부터 넥쏘가 5분 동안 충전해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수소 차량이 더 많이 보급되려면 수소 충전 시설이 곳곳에 있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는 현대차를 비롯한 소수의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다.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것도 현대차다. 앞서가는 만큼 개척자로서 스스로 풀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일단 국내 시장 활성화를 현대차 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현대차 외에도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고, BMW, 테슬라 등 수입차 업체들도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오직 현대차 넥쏘 뿐이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국내 시장에서 상용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싼 친환경차는 정부 보조금 없이는 일반 판매가 힘들다. 전기차도 실질적으로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 지급 대수만큼만 팔리는 게 현실이다.
충전 인프라 구축 역시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수소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길어 일반 전기차만큼 충전소가 많이 필요하진 않지만 충전소 하나를 세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하다.
이날 현대차는 대통령에게 자율주행차와 수소차의 특성과 국내 기술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앞으로 이들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 것인지 몸소 체험토록 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가 좀 뒤쳐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는데 타보니까 그렇지 않다. 우리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차량으로서는 주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수소차량도 한 번 충전하면 600km 갈 수 있고. 도로에서 정밀 안내 지도만 갖춰지면 어디든지 자율주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주 기뻤다”고 넥쏘 시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전기차 수소차 같은 미래 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자율주행차에서 좀 더 앞서 갈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노력 다해야겠다는 굳은 결심하게 됐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자율주행차 관련 대통령 간담회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병규 4차산업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쪽에서는 현대차를 비롯 삼성종합기술원, LG전자, LG화학, KT 등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임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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