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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 한국 야구, 오지환에 묻어가기?


입력 2018.09.04 08:12 수정 2018.09.04 08:1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병역 무임 승차' 오지환에게만 쏟아지는 비판

부진한 경기력, 선수 선발 과정 등 KBO가 몸통

'핵타선'이라는 야구대표팀은 몇 수 아래 대만,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을 이어갔다. ⓒ 연합뉴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수단 전원은 금메달 성과에도 매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던 대표팀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병역과 관련해 ‘무임 승차’ 논란이 불거진 오지환, 박해민이 대회 내내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의환향에도 대표팀 선수들에게서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말도 매우 아끼는 모습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부담’이라는 말을 강조했고, 이는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현수와 에이스 양현종도 마찬가지였다. 논란의 당사자인 오지환은 “나중에 입장을 밝히겠다”라며 입을 닫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사실상 ‘공짜 병역 혜택’을 받은 오지환에 쏠리는 모양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지환의 군 면제를 취소해달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국민적 공분은 당연한 결과다. 오지환은 상무 입대를 포기한 지난해부터 논란의 중심이 됐고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이번 아시안게임서 중용 받지 못하며 자격론까지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선수 발탁의 권한을 지닌 선동열 감독이 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야구의 위상과 실력이 얼마나 퇴보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 대회다. 선동열 감독은 금메달을 위해 선수단 전원을 프로 선수들로 채웠다. 그것도 각 팀 주요선수들이 나선 올스타급 멤버들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실업 선수들이 대부분인 대만과의 첫 경기서 패했고, 사회인 야구 출신들로 구성된 일본을 압도하지도 못했다.

실력 부족 외에 패인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타고투저 흐름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KBO리그 수준에 의구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KBO리그는 10개 구단으로 확대되면서 투수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했고 스트라이크존 역시 넓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로 인해 3할 타자 홍수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KBO리그를 맹폭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은 쓰디 쓴 실패를 맛봤지만, 국내 복귀 후 언제 부진했냐는 듯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타선은 몇 수 아래의 대만, 일본 투수들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드림팀, 핵타선 등 대회전부터 쏟아지던 극찬은 결국 거품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KBO리그다. 이대로라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물론이고 WBC 등 국제 대회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을 게 불 보듯 빤하다. KBO는 오지환 이슈 뒤에 숨어 묻어갈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공론화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게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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