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120조 육박' 시중은행 제조업 대출 건전성 파열음


입력 2018.10.18 06:00 수정 2018.10.18 06:05        부광우 기자

올해 상반기 말 119.2조…1년 새 5조원 가까이 늘어

'기업 대출 핵심' 제조업 경기 급랭에 건전성 우려↑

국내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제조업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19조1897억원으로 전년 동기(114조3883억원) 대비 4.2%(4조801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내준 대출이 1년 새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기 전망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대외 여건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에서 여전히 제조업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려온 이 같은 먹구름에 관련 부채를 둘러싼 건전성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6개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제조업 대출 잔액은 119조1897억원으로 전년 동기(114조3883억원) 대비 4.2%(4조801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제조업 대출이 33조591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30조9332억원)과 비교하면 6.9%(2조1259억원) 늘어난 액수다. 이어 신한은행의 제조업 대출이 같은 기간 31조1500억원에서 32조3350억원으로 3.8%(1조1850억원) 증가하며 다음으로 많았다.

우리은행 역시 25조6423억원에서 26조3890억원으로, KEB하나은행도 22조4028억원에서 22조9287억원으로 각각 2.9%(7467억원)와 2.3%(5259억원)씩 제조업 대출이 늘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2조4838억원에서 2조5474억원으로 2.6%(636억원)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의 제조업 대출은 1조9305억원으로 시중은행들 중 가장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1년 전(1조7761억원)보다 8.7%(1544억원) 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처럼 제조업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이 꾸준히 불어나는 와중 관련 산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부채를 죄기 시작하면서 대안을 찾던 은행들에게 기업 대출의 핵심인 제조업 부진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제조업의 불황이 계속돼 이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나빠질 경우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 그래도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짐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대출에서 연체된 금액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0.73%로 전년 동기(0.59%)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조업계의 체감 경기는 급속도로 냉각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는 전 분기(87)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75로 집계됐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좋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내수와 수출 기업 가릴 것 없이 제조업 경기 전망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기업 BSI는 87로 직전 분기(93)보다 6포인트 떨어졌으며, 내수 부문은 72로 직전 분기(85)보다 13포인트나 하락했다. 업종별로 봐도 자동차·부품(66)과 기계(69), 철강(70), 정보기술·가전(73) 정유·석화(74) 등 기존 주력 산업의 BSI는 100을 크게 밑돌았다. 한류 산업을 이끄는 화장품(108)과 의료정밀기기(102) 등 두 업종만 100을 상회했다.

해외 제조업 시장의 여건 역시 녹록치 않다. 최근 JP모건과 마킷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지난 9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개월 연속 하락한 52.2로 집계됐다. PMI는 신규 주문과 출하량, 생산, 재고, 고용 등에 관한 설문을 통해 제조업의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지난 달 PMI 지수는 2016년 11월(52.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은행들에게 제조업은 기업 대출의 중심이다. 올해 6월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기업 대출에서 제조업의 점유율은 29.6%로 부동산 및 임대업(27.1%)과 도·소매업(14.5%), 숙박·음식업(5.9%), 운수업(2.0%), 건설업(2.8%)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들 가운데 기업 대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곳은 신한은행으로 33.5%였다. SC제일은행과 국민은행으로 각각 32.3%와 30.5%로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28.6%, 하나은행은 25.7%, 씨티은행은 24.9%를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 교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와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 고조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제조업 체감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대출을 많이 보유한 은행들로서는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