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대신 김현수…LG 미래도 달라질까
박용택 11개월 만에 주장에서 물러나
LG 이적 후 빠르게 팀에 융화된 김현수
LG 트윈스가 새로운 주장을 임명했다. 선수단 전체 미팅을 통해 선출된 캡틴은 김현수다.
이번 주장 임명은 LG가 2017시즌까지 유지해온 독특한 주장 선출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과거 LG는 주장을 뽑을 때 선수뿐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까지 참여해 투표로 선출했다. 2016년 1월 주장으로 선출된 류제국은 봉중근, 손주인 등 4명의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고 154표 중 과반이 훌쩍 넘는 89표를 획득해 2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후 2017시즌이 끝나고 류중일 감독이 부임하면서 LG의 주장 선출 방식이 바뀌었다. 선수단 전체의 투표가 아닌 감독이 직접 지명해 임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올초 신년하례식에서 류중일 감독의 지명에 의해 최고참 박용택이 주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주장 후보로 꼽힌 선수는 박용택 외에 정성훈, 손주인, 이병규(7번)가 있었지만 정성훈이 방출되고 손주인과 이병규(7번)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타 팀으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레 박용택이 맡았다. 박용택의 주장 선임은 2010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번 김현수 임명으로 LG의 주장 선출 방식은 또 다시 변화했다. 매년 1월초 신년하례식에서 주장을 임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났고 전임 주장 박용택의 FA 선언과 맞물려 2년 임기 보장도 사라졌다. 박용택은 LG와 재계약이 확실시되지만 11개월 만에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새로운 주장 김현수는 올해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2로 해당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고 20홈런 101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1.004를 기록했다. 9월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1루수로 나서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LG의 최종 순위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김현수가 이적 1년 만에 주장을 맡게 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가 빠른 시간 내에 팀과 동료들에 융화되어 모범이 될 만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주도적인 리더십을 통해 김현수가 주장을 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주류였다. 그는 2006년 프로에 데뷔하며 10시즌 동안 몸담았던 두산 베어스에서도 주장을 맡은 적은 없었다.
박용택에 초점을 맞춘다면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그는 2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신년하례식도 아닌 11월말에 단행된 주장 교체로 물러나게 됐다. 박용택은 올해 타율 0.303 15홈런 76타점 OPS 0.828을 기록했다. 은퇴한 양준혁(전 삼성)의 2318안타를 넘어서는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수립한 것은 물론 7년 연속 150안타도 달성했다.
하지만 21개의 리그 최다 병살타가 방증하는 클러치 능력 실종과 시즌 막판 허리 통증으로 인한 결장 등 아쉬움도 컸다. 그가 붙박이 지명타자로서 중심 타선에 배치된 가운데 후배 야수들은 매 경기 수비에 내몰려 체력적 부담에 시달렸다. 주장 교체는 단순히 8위에 그친 팀 성적이 원인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박용택은 세 번째 FA 자격을 취득해 협상 중이다. 1979년생인 그는 내년에 만 40세 시즌을 맞이한다. LG 구단은 박용택에게 2년 이내의 계약 기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그가 주장 완장을 조기에 내려놓은 것은 향후 팀 내 비중의 감소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LG의 주장 교체가 가져올 ‘나비효과’가 주목된다.
글: 이용선, 김정학 /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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