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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2018 결산] 패션·뷰티 '바꾸고 없애고'…치열했던 생존전


입력 2018.12.27 06:00 수정 2018.12.27 06:05        손현진 기자

화장품 로드숍 '고난의 해'…위기 탈피에 악전고투

저성장 고심 패션업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활로

화장품 로드숍 '고난의 해'…위기 탈피에 악전고투
저성장 고심 패션업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활로


올해 화장품업계에서는 로드숍(원브랜드숍)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영업시간에도 문이 닫혀 있는 한 스킨푸드 매장 모습. ⓒ데일리안 올해 화장품업계에서는 로드숍(원브랜드숍)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영업시간에도 문이 닫혀 있는 한 스킨푸드 매장 모습. ⓒ데일리안

올해 내수 침체 영향으로 소비재 수요가 줄면서 패션·뷰티업계는 생존을 위한 내실 경영에 주력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로드숍(원브랜드숍)들의 악전고투가 이어졌으며, 패션부문에서는 저성장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뷰티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로드숍들에게 '고난의 해'였다. 2016년 적자 전환한 네이처리퍼블릭은 그동안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비용을 줄여 올해 상반기 겨우 흑자를 달성했다. 미샤·어퓨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상반기 나란히 적자 전환했다.

이는 최근 2~3년간 H&B(헬스&뷰티) 스토어와 뷰티 편집숍들이 급부상하면서 중저가 화장품을 내세워 '로드숍 전성시대'를 열었던 브랜드들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사드(THAAD) 논란으로 주요 상권을 찾는 해외 관광객까지 감소한 게 악영향이 됐다.

경영악화로 폐업설이 돌았던 스킨푸드가 급기야 지난 10월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로드숍들의 위기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스킨푸드는 작년 부채 총계만 434억원에 달했고, 총자본 55억5770만원에 대비한 부채비율은 781%에 달했다.

2004년에 설립된 스킨푸드는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세에 올라 2010년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매출 순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올 들어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도 못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 현재는 CRO(Chief Risk Officer·경영위험전문관리임원) 주도 하에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로드숍들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에 나섰다. 더페이스샵 매장은 2015년 기준 1200개에서 지난해 1000여개로 줄었다. 일부 매장은 자사 브랜드 편집매장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됐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2016년 말 기준 733개 매장 중에서 30여개를 줄였고, 네이처리퍼블릭은 768개에서 지난해 714개로, 토니모리는 690개에서 680개로 각각 감소했다.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곳도 늘었다. 중동, 오세아니아, 아세안 등 해외 각국에 '1호 매장'을 설립했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네이처리퍼블릭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쇼핑몰 '알 낙힐 몰'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모습.ⓒ네이처리퍼블릭

로드숍이 침체한 것과 달리 H&B스토어 등 편집숍은 각광 받는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H&B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조7000억원으로 2000억원에 불과했던 2010년에 비해 8.5배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자사 편집숍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의 '아리따움'과 LG생건의 '네이처컬렉션'은 자사 브랜드만 입점하던 기존 방침을 깨고 지난 9월부터 일제히 타 기업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뷰티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로드숍이 돌풍을 일으켰을 때는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폐업하는 화장품 업체들이 속출했지만, 편집숍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현재 로드숍들은 위기를 넘기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힘썼던 패션업계…사업 다각화도 활발

화장품업계와 마찬가지로 불황의 터널에 빠진 패션업계는 상품 및 브랜드 전략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선보였다. 특히 부진한 브랜드는 철수하고 나머지를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였다.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롱패딩 열풍'으로 올해는 5월부터 일찍이 겨울 신상품 예약 판매가 이뤄졌다. 지금껏 겨울 제품 선판매는 8~9월경 이뤄졌지만 이 기간이 앞당겨진 것이다. 평범한 컬러에서 탈피해 핑크색, 파스텔색 등 독특한 색상이 롱패딩 트렌드를 이끌었다.

컬래버레이션(협업) 상품의 인기는 '가뭄의 단비'로 작용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협업 상품의 잇단 성공을 맛봤다. 지난 6월 선보인 '세일러문 크리스탈' 상품은 출시 2시간 만에 초기물량 2만5000장이 모두 팔렸고 '짱구 파자마' 인기도 시즌2 라인에 힘 입어 지속됐다.

해리포터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지난달 9일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4분 만에 3만장 물량이 모두 팔리기도 했다. 스파오 관계자는 “해리포터 상품의 온라인 판매 기록은 기존에 포켓몬, 짱구 파자마 등 빅히트 컬래버레이션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결과"라고 말했다.

빈폴아웃도어에서 스포츠 브랜드로 변모한 빈폴스포츠 모델 트와이스(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아웃도어에서 스포츠 브랜드로 변모한 빈폴스포츠 모델 트와이스(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 전략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개편하고, 고객들의 이목을 끄는 신규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방안이 대체적이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8월 빈폴아웃도어를 '빈폴스포츠'로 개편했다. 아웃도어 이미지를 벗고 수요가 급증하는 애슬레저·스포츠 중심의 브랜드로 재탄생한 것이다.

패션 외 사업을 적극 전개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난 LF는 남성 화장품 '룰429' 론칭과 부동산 자산운용사 인수 등으로 콘텐츠를 강화했다. '탈 아웃도어'에도 동참했다. 정통 아웃도어 '라푸마'를 스포티즘 트렌드에 맞게 바꾸고 젊은층 수요를 겨냥해 그룹 세븐틴을 새 모델로 발탁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호조세인 화장품 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2012년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당시 연 매출이 19억원에 불과했지만, 약 6년 만인 올해는 연말까지 1200억원의 연 매출이 예상될 정도로 대폭 성장했다. 후발 브랜드인 자연주의 화장품 '연작'도 초기 순항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3118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158% 증가한 115억원을 거뒀다.

화장품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신세계톰보이 브랜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1세대 남성복 '코모도'를 20~40대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전면 리뉴얼 했다. 모바일 쇼핑 수요를 감안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 '스토리 어스'와 'NND'를 신규 론칭하기도 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집게를 보면 지난해 패션시장 규모는 2016년에 비해 1.6% 감소한 42조2704억원으로 추산됐고, 올해 시장 규모는 이보다 0.2% 감소한 42조4003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시장의 성장세가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성장을 이루려면 수익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다"며 "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진한 기존 패션 브랜드는 정리·개편해 효율성을 높이는 생존 전략이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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