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대부분 BIS 비율 떨어져…지난해 말 15.9%
위험 큰 기업대출 3개월 새 5조↑…채권 발행만 반복
4대 은행 대부분 BIS 비율 떨어져…지난해 말 15.9%
위험 큰 기업대출 3개월 새 5조↑…채권 발행만 반복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이 대부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리자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기업대출을 빠르게 불린 역효과로 풀이된다. 이에 각 은행들이 저마다 채권을 발행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으나, 이 또한 언젠가 돌아올 빚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5.9%로 같은 해 3분기 말(16.1%)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BIS 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마련된 국제 기준이자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15.7%에서 15.4%로 0.3%포인트 하락하면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15.9%의 BIS 비율을 유지하며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16.4%에서 16.0%로, 하나은행은 16.5%에서 16.3%로 각각 0.4%포인트와 0.2%포인트씩 BIS 비율이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갉아 먹은 주범으로는 기업대출이 꼽힌다. BIS 비율 산출 시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는 가계대출보다 훨씬 높다. 즉, 기업대출이 늘면 위험자산도 함께 증가하게 되고, 이는 BIS 비율을 악화시키는 구조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3개월 새 5조원 가까이 불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지난해 말 보유한 기업대출은 433조3510억원으로 같은 해 3분기 말(428조5080억원) 대비 1.1%(4조843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우리은행이 116조28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117조7660억원) 대비 1.3%(1조4810억원) 늘어난 액수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도 114조4990억원에서 116조1360억원으로 1.4%(1조6370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102조280억원에서 103조2640억원으로, 하나은행은 95조6960억원에서 96조1850억원으로 각각 1.2%(1조2360억원)와 0.5%(4890억원)씩 기업대출이 늘었다.
이처럼 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들의 대출 확장은 어려워진 가계대출 여건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해석된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을 잡기 위해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방안을 내놓자 대신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 영업의 활로를 찾고 나선 결과란 분석이다.
자본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이 선택하고 있는 카드는 채권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달 3.3% 금리로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 콜옵션을 보유한 영구채 형태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5년 만기, 연 2.04%의 고정금리로 2000억원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국민은행은 해외에서 4억5000만달러의 10년 만기 후순위 지속가능채권을 모집했다. 금리는 미국국채 10년물 금리에 1.87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쿠폰금리 4.5%)에서 정해졌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3000억원 가량의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채권을 통해 당장의 짐은 덜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언젠가 되돌아 올 빚이라는데 있다. 자본 확충이 급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채권에 손을 대는 관행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 발행이 재무 조달에 있어 고려할 수 있는 보편적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나,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이익의 내부 유보 확대와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 등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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