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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볼러 사랑한 사이영상, 류현진 반란?


입력 2019.07.16 00:01 수정 2019.07.16 08:0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중 유일한 1점대 ERA

효율적인 투구 유지한다면 슈어저 상대 우위

효율적인 류현진과 화려함의 슈어저 경쟁으로 치닫는 사이영상 레이스. ⓒ 게티이미지 효율적인 류현진과 화려함의 슈어저 경쟁으로 치닫는 사이영상 레이스. ⓒ 게티이미지

사이영상은 그해 가장 뛰어난 투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리고 동양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류현진이 수상에 도전한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9이닝당 볼넷이 1개에 미치지 못하는 제구력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현재 류현진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나 1점대 평균자책점인데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한 경기만 망쳐도 수치가 급등하는 부문이 비율 스탯인 평균자책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달 콜로라도전에서 4이닝 7실점한 뒤 1.27이던 평균자책점이 1.83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삼진 부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영상은 전통적으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선수가 주인이 됐는데, 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삼진이야말로 화려함을 대변하는 스탯이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류현진은 삼진과 관련해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105개의 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32위이며, 이 부문 1위인 맥스 슈어저(183개)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따내기 위해서는 화려함보다 효율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사이영상을 탄 선수들 가운데 200탈삼진에 못 미쳤던 투수는 모두 6명이며, 마무리 투수였던 에릭 가니에를 제외하면 선발 투수는 5명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들 모두 200이닝을 훌쩍 뛰어넘은 이닝이터들이었고, 2006년 브랜든 웹(16승)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20승 투수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수상에 성공했다.

2000년대 이후 200탈삼진 이하 사이영상 수상자(2003년 가니에는 55세이브 마무리 투수). ⓒ 데일리안 스포츠 2000년대 이후 200탈삼진 이하 사이영상 수상자(2003년 가니에는 55세이브 마무리 투수). ⓒ 데일리안 스포츠

지금의 페이스라면 류현진은 198이닝을 소화하고 17승 3패, 179개의 탈삼진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경쟁자인 맥스 슈어저의 예상 기록이 227.1이닝 16승 9패 319탈삼진이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운도 중요하다. 2006년 브랜든 웹이 대표적이다. 싱커볼러였던 웹은 그해 200이닝도, 200탈삼진도 달성하지 못했으나 그해 다승왕이었고, 압도적인 투수가 없던 덕분에 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여기에 타자들의 방망이 밑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린 3.53(1위)에 이른 땅볼/뜬공 비율은 묘기 수준이었다.

웹의 수상 사례는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된다. 특히 분업화가 확실하게 이뤄진 최근 메이저리그는 더 이상 승수와 이닝 소화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고작 10승 수확에 그친 제이크 디그롬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받고 사이영상을 품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200이닝에 못 미쳤던 블레이크 스넬이 주인공이었다. 물론 이들의 퍼포먼스가 화려했던 건 사실이다. 다만 투표인단이 전통적 수치만을 보지 않는다는 분기점이 되기 충분한 시즌이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슈어저가 아무리 많은 탈삼진을 잡고 이닝을 먹어치우더라도, 지금처럼 볼넷을 덜 내주고 실점하지 않는다면 류현진이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 효율적인 투구야 말로 올 시즌 류현진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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