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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장, 아베가 일으킨 전쟁의 한복판으로 가다


입력 2019.08.05 08:00 수정 2019.08.05 07:3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과 협력하되 우익 도발에 대비 철저히 해나가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과 협력하되 우익 도발에 대비 철저히 해나가야

영화포스터ⓒ데일리안 영화포스터ⓒ데일리안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주전장’이 개봉 1주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1만 관객은 다양성 영화의 흥행 성공을 상징하는 수치다. ‘주전장’은 단지 30~50여 스크린 만의 상영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주전장’은 원래 일본 우익이 썼던 말이다. 미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전장이라며 일본 우익은 역사전쟁을 수행해왔다. 일본은 반인륜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위안부는 자발적인 것이었다고 미국 여론을 호도하면 그것이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이다. 감독은 이 단어를 차용해서 영화 제목을 지었다. 일본 우익이 감행하고 있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계 이민자로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 일본에서 재일한인들이 차별 당하는 것으로 보고 자신이 당한 차별이 떠올라서 유튜브에 그런 이야기를 올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고 그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일본의 한 기자가 위안부 문제를 보도한 후 우익에게 협박 당한 것도 감독을 자극했다.

그래서 그는 역사 전쟁의 주전장인 위안부 이슈로 들어가 일본 우익의 생각과 정체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한때 승려 생활을 했던 그는, 꼭 할 말은 목숨을 걸고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을 이어갔다. 일본 우익은 감독을 고소했고, 동료 감독은 감독의 신변을 염려하기도 했다. 감독은 처음엔 일본 우익의 주장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만들면서 우익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일본 우익의 중심으로 지목된 것이 ‘일본회의’다. 아베 정권 장관의 80% 이상이 여기서 나왔고, 아베 총리도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 일본제국을 찬양하며 침략의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을 과거 그때로 되돌리려 한다.

예를 들어, 일본회의의 기관지는 2013년에 ‘일본 최고의 순간 - 대동아 회의와 대동아 공동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아시아 침략을 자국의 좋았던 때로 회고하는 것이다. 독일이 나찌의 침략 시절을 ‘독일 최고의 순간’으로 회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의 정치권력을 잡은 곳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순간 독일 내외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이 기사엔 ‘아시아 해방, 유색 인종 해방의 대동아 전쟁’이란 말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침략이 피해자들의 해방이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이러니 반성이 있을 수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좋았던 시절, 그때의 헌법을 그리워한다. 일본회의의 ‘신헌법 대강’엔 ‘메이지 이후의 입헌주의 정신과 역사’를 계승한다고 되어있다. 메이지 천왕 시절의 반인권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전장’의 인터뷰에선 일본회의의 중심에 ‘신토’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토는 메이지 유신 이후에 일본의 국교로 장려된 전통 종교로 야스쿠니 신사와 같은 신사를 운영한다. 그런 이들이 열강 일본의 부활을 꿈꾼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2차 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집단이 그대로 이어진 세력이다. 독일에선 나찌가 척결됐지만 일본에선 군국주의 세력이 살아남았다. 특히 정한론을 주창하며 아시아 침략을 이끌었던 조오슈번의 세력이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 기시 노부스케 등을 거쳐 아베 총리로 바로 연결된다. 일본 우익의 뿌리가 아주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은 일본을 열강으로 되돌리려 하는데, 한국이 눈엣가시다. 한국이 일본을 산업(경제)적으로 위협하며 도덕적으로도 끊임없이 국제사회에서 압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는 아시아 해방자로 과거를 세탁하려는 일본 우익의 역린이다. 일본 제국이 올바르다는 역사관도 무너지고, 국제사회 리더가 되는 것에도 도덕적인 흠집이 생긴다. 이러니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일본 우익의 칼끝이 한국을 향할 수밖에 없다. 헌법을 바꾸려면 일본의 보수여론을 결집시켜야 하는데 한국 때리기와 한반도 위협 과장하기가 이에 유리하기 때문에도 한국을 공격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우익세력이 일본에 온존하며 오랫동안 칼을 갈아 왔는데 우린 우리 산업의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지한 채 태평한 세월을 보내왔다. 한국을 칠 궁리를 하는 세력에게 명줄을 내맡긴 채 살아왔던 것이다. 후대가 통탄할 일이다.

이번 일본의 경제공격은 외교적으로 잘 수습되어야 하고 일본과 우방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일본에 우익이 아닌 선량한 시민세력이 많다는 것도 명심하고 일본 자체를 적대시해선 안 된다. 일본 우익이 아직까지 헌법개정을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시민세력의 존재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과 달리 일본엔 군국주의 세력이 그대로 남아 호시탐탐 과거로의 회귀를 노린다는 것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일본과 협력하되 우익의 도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일 의존적 경제 구조만큼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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