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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상에서 ‘우주 통신재난’ 맞서는 KT SAT 용인 위성센터


입력 2019.09.01 06:00 수정 2019.09.01 09:36        김은경 기자

첩첩산중에서 접시 모양 대형 안테나로 위성 신호 수신

365일 24시간 위성 자세·궤도 감시…0.001° 오차도 불허

첩첩산중에서 접시 모양 대형 안테나로 위성 신호 수신
365일 24시간 위성 자세·궤도 감시…0.001° 오차도 불허


지난 30일 경기 용인 KT SAT 용인 위성센터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들이 위성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지난 30일 경기 용인 KT SAT 용인 위성센터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들이 위성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수십 대의 모니터에 녹색 글씨로 우주에 떠 있는 위성에서 내려온 데이터 값이 쉴 새 없이 기록된다. 이 글씨 색이 황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면 위성 궤도나 자세가 흔들려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이다.

큰 소리로 경보가 울리면 지상에서 우주 조종사 역할을 하는 위성센터 직원들이 끊김 없는 통신을 위해 즉시 대응 작업에 돌입한다. 위성이 단 0.001°도 틀어지지 않은 원래의 상태를 되찾도록 원위치로 되돌리고 자세를 수정한다. 이런 작업이 365일, 24시간 반복된다.

지난 30일 경기 용인에 있는 최초의 통신 위성 관제센터, KT SAT 용인 위성센터를 방문했다. 1995년 8월에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 위성 ‘무궁화 1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94년 11월에 개국했고 올해 25돌을 맞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위성센터가 있었다. 주변에는 철조망이 처 있었는데,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보안 등을 이유로 쉽게 방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신분을 확인하고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거대한 ‘접시’ 모양의 대형 안테나들이었다.

이기원 KT SAT 용인 위성센터장이 지난 30일 센터에서 위성과 연결된 안테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KT
이기원 KT SAT 용인 위성센터장이 지난 30일 센터에서 위성과 연결된 안테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KT

이기원 KT SAT 용인 위성센터장은 “센터는 삼면이 다 산이고 앞은 시내가 흐르는 풍수지리 명당”이라며 “뒤로 보이는 대형 위성 관제 안테나 한 대 당 한 개의 위성이 연결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안테나들은 우주에 떠 있는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는다. 지상까지 내려온 위성 신호는 미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안테나가 클수록 신호를 잘 받을 수 있어 반경 9m로 크기가 커졌다고 했다. 안테나가 반사면을 통해 신호를 받으면서 100만배 이상으로 신호가 증폭된다. 전파 분리기를 거쳐 주파수가 컴퓨터 신호로 변조되면 컴퓨터가 정보를 해독할 수 있게 된다.

KT SAT 용인 위성센터의 주요 역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위성이 우주에서 수명을 마칠 때까지 위성의 자세와 궤도, 상태 등을 감시하는 ‘위성체 운용’이다. 두 번째는 통신이 두절되지 않도록 하는 ‘위성 통신망 관리’다.

센터 건물 내부에 있는 관제실로 들어가기 위해 부직포로 된 신발 덮개를 씌웠다. 사진 촬영은 주요 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엄격히 금지됐다. 센터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위성 5호와 6호, 7호, 5A호를 관제하는 시스템들이 갖춰져 있었다.

차민석 KT SAT 용인 위성센터 대리가 위성체 운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T 차민석 KT SAT 용인 위성센터 대리가 위성체 운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T

정지 궤도 위성은 중계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봤을 때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성이 적도 위 3만5786km 높이에 있는 궤도를 따라 지구와 함께 공전하다 보면 태양풍, 달의 인력 중력 차이 등으로 계속 조금씩 위치가 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위성과 지표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존 궤도에서 단 1˚ 만 위성이 벗어나도 한국으로 가던 전파가 일본이나 필리핀 쪽으로 향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위성 위치가 변하면 원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해 위성이 가지고 있는 연료(N2H4·니트로하이드라진)와 추력기를 이용해 다시 원위치로 이동시킨다. 추력기가 연료를 폭발시켜 분사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위성 충돌을 막기 위해 궤도를 수정한 사례가 있었다. 차민석 KT SAT 용인 위성센터 대리는 “2~3일 전에 국제기구(미항공우주국)에서 위성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왔고, 긴급 궤도 분석 툴을 이용해 긴급 회피를 했다”며 “기존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 되니 효율적 범위에서 회피할 수 있도록 조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차 대리는 “위성 연료가 다 닳으면 궤도 조정을 못 하기 때문에 위성을 폐기해야 하는데, 연료를 최대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람이 아닌 위성에 맞춰 근무하고 있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30일 KT SAT 용인 위성센터 25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위성 홍보관 ‘샛토리움(SATORIUM)’을 방문한 기자들이 VR 체험을 이용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지난 30일 KT SAT 용인 위성센터 25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위성 홍보관 ‘샛토리움(SATORIUM)’을 방문한 기자들이 VR 체험을 이용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마지막으로 KT SAT이 용인 위성센터 25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위성 홍보관 ‘샛토리움(SATORIUM)’을 방문했다. 여기서는 해양위성통신(MVSAT), 항공기 와이파이 서비스(IFC· In-Flight Connectivity) 등 KT SAT의 차세대 위성 기술을 비롯해 대한민국 통신 위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VR(가상현실) 기기로 인공위성 발사 현장과 우주 상공 여행도 체험할 수 있다.

홍보관 VR 기기 체험이 특히 인상 깊었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의자에 앉자 인공위성 ‘무궁화 6호’가 발사되는 현장에 와 있었다. 허허벌판에 놓인 위성은 굉음과 함께 불꽃을 뿜으며 하늘로 발사됐고, 고개를 돌리면 주변 모습을 360도로 볼 수 있었다.

이어 우주로 발사된 위성을 지켜보는 우주선 조종사의 시점으로 화면이 전환됐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주인공이 된 것처럼 조종석에 앉아 위성을 지켜봤고, 리모컨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위성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었다. 우주와 위성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즐겁고 신기한 체험이 될 듯 했다.

한원식 KT SAT 대표는 “샛토리움은 우주와 콘텐츠, 경험, 서비스 등 위성에 대한 모든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앞으로 위성산업에 관한 모든 홍보를 담당하고 우주 과학에 대한 꿈을 가진 청소년 교육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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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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