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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 앞서간 부동산PF 깜짝 규제


입력 2019.12.23 07:00 수정 2020.01.07 16:46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금융투자업계 "당국의 부동산PF 리스크 선 규제 과도해"

내년 증권사 신규 거래 축소 조짐…중소딜로 경쟁 과열

금융투자업계 "당국의 부동산PF 리스크 선 규제 과도해"

내년 증권사 신규 거래 축소 조짐…중소딜로 경쟁 과열


ⓒ데일리안DB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어떤 리스크가 감지되서라기 보다 (정부 차원의) 부동산 안정을 위한 규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규제를 놓고 증권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이달 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투자업계 수장들과 만나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잠재적 리스크 요인에 대한 사전적 인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너무 과도한 규제 개입이라며 윤 원장과 작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을 통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제한하고, 채무보증 신용위험액 산정 위험값 12%를 18%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내년 2분기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규제안을 놓고 금투업계에서는 너무 과도한 규제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려 국내외 부동산PF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규제가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규제안이 사전에 업계 동향과 미래 성장성,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석한 것이 아닌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발맞추기 위한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아직 발생되지않은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선규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토로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규제안으로 시장이 위축되면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핵심수익원인 부동산 사업을 위해 자기자본을 늘려온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증권사 건전성지표인 순자본비율(NCR) 하락이 불가피해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온 부동산 개발회사들도 비상에 걸려있다. 자금줄이 통제되면 개발사업들도 줄줄이 좌초될 수 있어서 총체적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이를 토대로 과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오히려 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 가운데 부동산 PF 익스포져가 가장 큰 한 증권사는 이번 규제가 나온 후 모든 계약을 놓고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부동산PF 관련 규제에 대한 세부지침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증권가는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한 증권사 사장은 "부동산 PF가 위험하다는 구체적인 사례나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규제부터 나온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부동산PF를 대체하는 다른 상품을 찾아나서야할 판이다. 내년에 있을 신규 거래(딜)는 더이상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최대규모의 딜에 성공한 한 증권사도 조단위의 현금조달을 위해 부동산PF 비중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큰 문제는 대형 증권사들이 대규모 딜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 중소형사들이 주로 하던 중소형딜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결국 중소형사들의 먹거리마저 사라지는 악순환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늘린 증권사에 대해선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해준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벤처·중소기업으로 돌리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부동산PF에 대한 투자가 중소기업 투자로 선회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자본시장은 은행과 다르게 리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 매커니즘이라면서 자율적 규제를 주문한 한 금투업계 CEO의 말처럼 선제적 관리가 아닌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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