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사과에도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있어 불가피
반도건설 캐스팅보트 역할 강화로 갈등 증폭 가능성
오너가 사과에도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있어 불가피
반도건설 캐스팅보트 역할 강화로 갈등 증폭 가능성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의 분쟁이 사과문 발표로 일단 봉합됐지만 여전히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자 추가 우호지분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이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오너가간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여서 내년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지게 된다. 조 회장으로서는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그룹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자신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요 문제다.
조 회장은 본인의 지분 6.52%을 비롯, 자신의 영향력에 있는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와 우군으로 참여하는 미국 델타항공 지분(10.0%)를 포함하더라도 19.9%로 20%에 못 미친다.
조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6.49%)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의 지분을 합치면 11.8%로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까지 합류하면 세 모녀의 지분은 18.26%로 조 회장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주목받는 주주는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한 반도건설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깊은 인연으로 매입한 지분인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중이다.
특히 단일주주로 최대인 KCGI(17.29%)가 한진 오너가의 갑질로 인한 오너리스크를 지적해온 만큼 오너가 일원과 손을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델타항공(10.0%)의 경우, 회사 대 회사 관계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도건설의 지분은 상대적 가치도 높을수 밖에 없다.
권 회장이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오너가 입장에서는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 어느 한쪽이 KCGI와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겠지만 서로 적대적인 관계인데다 KCGI도 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만큼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반도건설이 어느 한쪽과 손을 잡게 되면 파괴력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의 경우, 이사 재신임 안건이 일반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특별결의사항으로 둬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재신임에 실패한 것도 특별결의사항이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사내이사 재선임이 꼭 필요한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다소 유리한 국면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양측이 모두 우호지분 추가 확보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어 지분 확보 경쟁이 과열될 수 있는 구조다.
내년 3월 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수 밖에 있는 이러한 구조 탓에 한번 불거진 가족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30일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앞으로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남편이자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때문에 한진그룹의 사업 분할 등 오너가 일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3월 주총을 전후로 갈등이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사업 분할이 이뤄지면 그룹의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 조 회장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조중훈 창업주 별세 후 조양호 회장 형제들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때는 항공·중공업·해운·금융 등 업종이 다양해 계열 분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항공의 비중이 워낙 큰 상황이어서 그때와 같은 계열분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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