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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곳간에 쌓인 돈 사상 첫 100조 돌파 '명암'


입력 2020.01.06 06:00 수정 2020.01.05 20:25        부광우 기자

이익잉여금 1년 새 5.9조 불어난 101.9조…이자 마진 '눈덩이'

주주 친화 밑거름 됐지만…지분 과반 이상 외국인 배만 불릴 판

이익잉여금 1년 새 5.9조 불어난 101.9조…이자 마진 '눈덩이'
주주 친화 밑거름 됐지만…지분 과반 이상 외국인 배만 불릴 판


국내 은행 이익잉여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의 곳간에 쌓인 남은 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에 남는 재원을 활용해 대형 금융그룹들을 본격적인 주주 친화 행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막대한 빚잔치 속에서 쓸어 담은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결국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특수 목적 국책은행을 제외한 국내 17개 은행들의 지난해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은 총 101조9141억원으로 전년 동기(96조4억원) 대비 6.2%(5조913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해당 은행들의 이익잉여금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 가운데 배당이나 상여금 등의 형태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쌓아둔 돈이 제일 많았다. 국민은행의 이익잉여금은 같은 기간 19조1178억원에서 20조6325억원으로 7.9%(1조5147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이익잉여금 20조원을 넘긴 첫 사례가 됐다.

이어 우리은행의 이익잉여금이 17조320억원에서 17조1612억원으로 0.8%(1292억원) 늘며 국민은행을 뒤따랐다. 신한은행 역시 15조4069억원에서 16조8162억원으로, IBK기업은행도 13조8246억원에서 15조1279억원으로 각각 9.1%(1조4093억원)와 9.4%(1조3033억원)씩 이익잉여금이 증가했다. KEB하나은행의 이익잉여금도 9조7974억원에서 10조5699억원으로 7.9%(7724억원) 늘며 10조원 대로 올라섰다.

이처럼 은행들의 곳간이 풍족해지면서 주주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이익잉여금 여력을 바탕으로 주요 대형 금융그룹들이 지주사 차원에서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은 최근 국내 은행계열 지주사로서는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섰다. 이에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가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 KB금융은 지난 달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KB금융은 이를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이 아닌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했다. 이번에 소각한 물량은 KB금융이 보유한 자기주식의 8% 수준으로 추가 소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계기로 금융그룹들의 주주 친화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584억원의 신주금액 범위 내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거대 금융그룹들의 행보에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가계 빚이 16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나는 등 천문학적 대출로 인해 금융 소비자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쌓여가는 와중, 금융사 주주들만 그 반대급부를 누리게 되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1~3분기에 거둬들인 이자 이익만 32조6208억원에 달했다. 1년 전(31조8856억원)보다 2.3%(7352억원) 더 늘어난 액수다.

특히 4대 금융그룹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의 손에 들어가 있는 현실은 더욱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하는 대목이다. 즉, 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자 장사의 이익이 금융지주를 거쳐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흐름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지주사 주식 가운데 52.4%는 외국인의 몫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의 기업 가치가 실적 등에 비해 너무 떨어져 있는 만큼, 확대된 이익잉여금을 주주 환원에 쓰는 움직임은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은행의 이자 마진에 이익의 대부분을 기대고 있는 수익 포트폴리오 탓에 우리 국민의 빚 부담이 이름 모를 외국인들에게 유출되고 있다는 비판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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