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증자로 초대형IB 도약...작년 당기순익 전년비 84% 급증
그룹 내 이익기여도 10% 넘겨...“올해 그룹실적 관건은 하나금투”
하나금융투자가 4년간의 기다림 끝에 초대형 투자은행(IB) 마운드에 올랐다.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투자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전격 투입하기로 했다. 이진국 사장이 2016년 취임 이후부터 IB를 전략사업으로 내세워 그룹 내 비은행부문의 핵심 축으로 성장시킨 만큼 증권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융투자에 대해 4997억3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보통주 847만주가 새로 발행되며 1주당 발행가는 5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751억원이다. 내달 증자와 1분기 이익을 반영하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초대형IB 기준인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투는 다음 달 유증을 완료해 자기자본 4조 이상이 되면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받으면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나금투는 관련 조직과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신청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
현재 5개 초대형IB 증권사 중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만 발행어움 심사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금융당국 제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내 6호 초대형IB’가 유력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휘말려 초대형IB 인가 신청은 물론, 발행어음 인가 신청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7월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먼저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했다.
하나금투는 앞서 이진국 사장이 취임한 2016년 3월 이후부터 초대형IB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초대형IB로 자리 잡기 위해선 금융지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나금투는 쉽게 증자를 제시할 수 없었다. 당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수에 3조9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터라 투자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급변하는 투자 환경 속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하나금투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후 하나금투 IB 성장력이 차츰 드러나면서 하나금융도 증권사들의 덩치 키우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8년 하나금융은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실탄을 풀었고 하나금투는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요건을 갖췄다. 이후 작년 7월 국내 증권사 등 8번째로 종투사로 지정되며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밟았다.
지난해 하나금투는 전년 대비 84.3% 급증한 2803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2018년 자본금 증자 이후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돼 인수주선·자문수수료가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하나금투는 “2018년 종투사로 지정됐고 이후 자본 확충을 통해 IB 및 세일즈앤트레이딩(S&T)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나금투의 IB부문 순영업이익 비중은 2016년 11%에서 작년 3분기 기준 40%로 급등했다.
하나금융 실적에서 하나금투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업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하나금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안착했다. 김도하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하나금투의 그룹 내 이익 기여도가 10%로 확대됐고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 IB 지정도 가능해졌다”며 “하나금투의 실적 성장이 하나금융 이익 방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하나금투는 초대형IB 사업을 위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기존 IB그룹을 2개그룹으로 재편했다. 각각 전문성에 맞춰 전통적인 기업금융 업무, 대체투자·부동산영역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본격적인 유상증자 단행 전 2개본부 100여명이던 IB 인력은 2년 새 7개본부 300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초대형IB로 지정된 이후에는 자기자본 투자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지난해 실적에서 하나금투 중심의 비은행부문 이익증가는 긍정적”이라며 “작년 은행에서 일회성 이익이 컸고 금리인하 압력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신탁수수료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의 관건은 하나금투의 증익 폭“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등 하나금융을 둘러싼 악재들은 하나금투에도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투와 신한금투의 후발주자로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IB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돼 대형 증권사 간 경쟁 역시 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4년을 기다려온 하나금투는 이번에도 ‘하나금융 비전 2025’ 전략 목표인 그룹 내 이익 비중 20%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