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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도 태풍도 꺾지 못한 북한의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20.03.02 05:00 수정 2020.03.02 05:5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시장주의, 北 농업분야 체질 개선 이끌어

포전담당책임제·개인축산부업 장려 영향

개인·집단 간 경쟁도 이뤄지고 있어

북한 사리원에서 자전거를 탄 두 여성이 모내기를 끝낸 들판 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북한 사리원에서 자전거를 탄 두 여성이 모내기를 끝낸 들판 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보이지 않는 손'이 북한 농업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율·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주의가 북한 농업분야 체질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세종연구소 '2019 북한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농업분야 생산량은 재작년보다 늘었고 가격 역시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모내기철과 수확철, 북한의 가뭄·태풍 피해가 극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을 크게 뒤집는 결과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작년 북한 식량생산량이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긴급 식량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보고서는 북한 농업분야 성장을 이끈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성과에 따른 분배'를 꼽았다.


일례로 북한 당국은 지난 2012년 시범운영했던 '포전담당책임제'를 2014년부터 확대 운용하고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란 기존에 10~15명 단위로 운영되던 생산단위를 개인 혹은 2~4명의 소수 그룹으로 분할해 생산과 분배에 있어 일정한 자율을 부여한 제도다. 포전담당책임제에 참여한 농민은 목표치를 초과한 경작물에 대해 소유권을 갖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활용하는 ‘성과급 제도'를 일정 부분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가뭄이 극심했던 작년의 경우, 중국과의 교역이 곡물 공급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북한의 대중국 곡물 수입액은 전년동기보다 29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율을 바탕으로 한 공급 다변화' 역시 농업분야 체질 개선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최근 북한 당국은 축산분야 생산량 증대를 꾀하기 위해 개인 축산부업을 장려하고 있다. 해당 정책을 통해 북한주민은 개인 소유가 금지됐던 소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가축을 사육·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먹거리 다양성 역시 자연스레 확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현황, 탈북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동물성 지방(고기)' 선호 현상이 이미 감지된 상황에서 개인 축산부업은 주요 육류 공급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나라의 축산물생산에서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과 농촌세대들의 개인축산이 차지하는 몫이 적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농업 생산과 관련해 개인 및 집단 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전국적인 '다수확 운동'과 '사회주의 경쟁 운동'을 펼치며 협동농장‧분조(협동농장 내 가장 작은 단위의 조직)‧포전 간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각 생산단위들이 고안해 낸 혁신적 방안들에 대해선 모범 사례로 선정,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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