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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에 주가방어...자사주 사는 오너들


입력 2020.03.11 05:00 수정 2020.03.11 15:2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현대상선·삼성엔지니어링·SKT 및 금융업 CEO 자사주 매입 행렬

“책임·홍보성격 강해”...하락장 틈탄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도 눈길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달 들어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가방어에 대한 사측의 책임감과 함께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회사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이는 주가 상승의 시그널로 해석돼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오너 입장에선 싼값에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증여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도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1470주를 매입했다. 이번 매입을 통해 배 대표의 보유 주식은 기존 6만3043주에서 6만4513주로 증가했다. 그는 2019년 5월부터 최근까지 11번에 걸쳐 총 2억2687만원 가량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업계는 배 대표의 자사주 매입 행보를 책임경영 의지와 함께 실적 자신감 표출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업황 불황으로 2015년 2분기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해운업계의 수요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다만 배 대표는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3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4분기, 내년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지난달 24일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 취득 단가는 1만4750원으로 총매입금액은 4억4250만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최 대표의 보유 주식은 기존 4만4255주(0.02%)에서 7만4255주(0.04%)로 늘어나게 됐다. 그는 지난해 2월 1일에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만92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최 대표의 자사주 매입 역시 책임경영 측면은 물론, 실적 호전 기대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3680억원과 3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2%, 87.1%씩 늘어났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7조원을 올려 수주 잔고가 약 14조2000억원에 달한다. 사측은 “2년치가 넘는 일감을 확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자사주 15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총 2500주를 보유하게 됐다. 박 대표는 지난달 14일 1주당 22만 6500원에 1000주를 매입한 이후 17일 500주를 주당 23만 500원에 장내에서 추가로 매수했다. 박 사장은 2017년 3월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이번 매입까지 5억9975만원을 썼다.


박 대표뿐만 아니라 주요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회사 임원 20여명이 최근 총 8052주, 18억여원어치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회사 측은 “책임 경영 의지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G 가입 마케팅 비용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악화됐지만 올해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 완화 기조에 따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사주 3700주를 약 4900만원에 취득했다. 윤 대표는 자원부문장 부사장이었던 2018년 3월에도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어 총 6855주(0.02%)를 보유하게 됐다. LG상사도 올해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달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 전량을 약 3412억원에 매각하며 대규모 신규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냈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 또한 미래 회사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며 지난달 4일 자사주 1000주를 취득했다. 이번 매입으로 강 대표의 보유 주식 수는 총 1980주가 됐다. 그가 LG하우시스 한국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5월 자사주 980주를 매입한 데 이어 두 번째 매입이다.


특히 금융업 CEO들의 주가 부양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종 악재와 금융사고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가를 견인하기 위해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자사주 1만주를 장내매수 했다고 9일 공시했다. 이번 매입으로 김 회장이 보유한 자사 주식은 취임 직후부터 순차적으로 매입한 주식 1만5000주를 포함해 2만5000주로 늘어났다. DGB금융과 DGB대구은행의 경영진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들어 매입한 자사주 및 우리사주는 약 8만여주에 달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달 5일 자사주 2000주를 매입했다. 김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5억65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수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입으로 정 사장의 소유 주식수는 1만1697주에서 1만6697주로 증가했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지난 2일과 3일 자사주 3만3417주를 추가 매수했다. 양 사장은 올해 들어 대신증권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도 8명의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업계 눈길을 끌었다.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책임경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외부 변수로 급락한 주가를 방어해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또 기업의 경영상황이 양호하다는 방증과 함께 호실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오너가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싼값에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GS 보통주 3만3133주를,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3만2000주를 지난 6일 취득했다. 이를 통해 둘의 지분율은 각각 2.01%, 1.68%로 뛰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각각 9만6632만주, 4만7100주를 사들였다. HDC는 지난달 2~4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준선, 정원선씨가 각 HDC 주식 3만주와 4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율도 37.88%에서 38.00%로 올라갔다.


LS그룹은 구자은 LS엠트론 대표를 포함한 LS그룹 오너일가가 지주회사 LS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LS는 지난 6일 구자은 회장 등 LS그룹 오너일가 15명이 LS 보통주 6만6701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도 지난 1월 말 신세계 보통주 5만주(약 130억원)를 장내 매수했다. 거래규모는 총 137억원이다. 정 사장의 지분율은 9.83%(96만7853주)에서 10.34%(101만7853주)로 올랐다.


다만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투자자들의 추종 매수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의 자신감과 시장의 반응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호재로 통하며 특히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일 때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진다”면서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시장에 안정감을 주려는 행보, 또는 신규 사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과시·홍보 차원의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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