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말 열릴 예정인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사실상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직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단순히 내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어쩌면 1년간 연기할 수도 있다. 가능할 수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올림픽 연기 개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역시나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곧바로 성명을 발표,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확산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 세계 스포츠 리그가 중단 또는 개막을 연기하고 있어 도쿄 올림픽 또한 개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일본 측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자국 내 안전을 대내외에 홍보함과 동시에 경제적 부흥을 과시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쏟아 부은 돈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까지 약 1조 600억 엔(약 12조 원)의 예산을 올림픽 인프라 구축 및 간접 비용에 투입했고, 올해에는 도쿄도와 올림픽 조직위원회 예산으로 2조 100억 엔(약 22조 원)이 책정됐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12조 원 이상의 투입 자금을 그야말로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된다. 여기에 ‘부흥 올림픽’을 홍보하려는 원대한 꿈마저 사라지는 건 덤이다.
결국 일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개최를 해야만 하는 입장인데, 최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계약이 공개되면서 발목 잡히는 결정적 계기가 발생했다.
올림픽 개최도시계약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여부는 전적으로 IOC가 결정하며 대회 일정을 연기할 수 없다는 조항과 함께 취소가 될 경우 손해배상 없이 그대로 2024년 파리 올림픽으로 넘어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연내 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일본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개막일을 1년 뒤로 미루는 일이다.
하지만 계약 조항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뒤바꿀 명분이 필요했고 국제 사회 영향력이 상당한 미국 대통령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 난국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구인의 축제인 올림픽은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지향해야 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담고 있다. 개최국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대회를 치르는 게 의미가 있는지 자성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