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미만 주택 영향 미미…9억원 이상은 타격
“금리인하로 투매수준 급매물은 나오지 않을 것”
주로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을 기준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75%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시장에 파장은 커질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83만가구의 공시가격에 대해 최종 결정·공시(4월29일)에 앞서 소유자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기 위한 공시가격(안)을 19일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지난해 5.24% 인상에 이어 올해는 5.99%로 0.75%p 상향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안)은 69%로 2019년 68.1%보다 시세 반영비율이 높아졌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적정 실거래가, 감정평가 선례, 시세정보, 주택매매가격 동향 등 다양한 가격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지난 1년간의 시세변동분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산정하되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가격대별로 70~80%상한을 두고 현실화율을 적용했다.
따라서 전체 1383만가구 공동주택 중 현실화율 제고가 없는 시세 9억원 미만 주택 1317만가구(95.2%)보다 9억원 이상 주택 약 66만3000가구(4.8%)가 현실화율 제고대상이 되면서 공시가격 인상률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무려 21.15%로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 변동률도 높다.
지역별로는 서울(14.75%)의 공시가격 변동율이 가장 컸고, 지난해 주택가격이 많이 오른 대전(14.06%)의 변동률이 높았다. 세종(5.78%)과 경기(2.72%)지역이 뒤를 이었다. 그 밖의 지역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1% 미만이며, 강원·경북·경남·충북·충남·전북·울산·제주는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하락했다.
특히 14.75%로 지난해(14.01%)와 비슷하게 공시가격이 오른 서울은 2년 연속 보유세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해 4.56%에서 올해 14.06%로 3배 이상 공시가격이 급등한 대전도 세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세부지역별로는 서울시 평균(14.75%)에 비해 높게 상승한 강남구(25.57%), 서초구(22.57%), 송파구(18.45%), 양천구(18.36%), 영등포구(16.81%), 성동구(16.25%) 등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와 함께 집값 풍선효과 등이 두드러졌던 경기 광명, 하남, 수원 영통, 성남 수정구 지역들도 공시가격이 10% 이상 인상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양도세, 보유세 모두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12‧16대책과 올해 2·20대책까지 대출 및 과세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시장 수요억제책이 강력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보건위기를 경제 리스크로 전이 시키고 있다”며 “경기 위축(거시경제의 하방 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 등)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 가능성을 높이는 감염공포로 인해 부동산 수요의 관망과 심리적 위축을 부르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동시에 가중돼 향후 주택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급등 피로감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기수요가 취약한 지역 또는 과잉공급지역 위주로 일부 가격조정과 거래시장의 하방 압력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조정지역에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상반기에 종료되는 만큼 6월 1일 보유세 과세기준일 이전 추가 매도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임대인들의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세로 장기적 보유가 어려운 다주택자의 급매물 역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단은 공시가격 자체가 물가보다 훨씬 올랐고, 서울 구간별로도 차이가 상당하다”며 “고가 주택은 최대 25% 이상 오른 데다 공정가액비율이 추가 5% 오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보유자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매물이 나오는 것은 코로나 영향 보다는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는 6월말 이전에 계약하려는 규제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한국은행의 0.75% 제로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단행된 상태라 급매물도 제한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함 랩장은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지난달에 비해 10~20% 이상 가격이 하락 거래된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고 있지만, 투매수준의 매물이 급격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 대표 역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9억원 미만의 주택에는 큰 충격이 없겠으나, 9억원 이상주택 보유자는 부담감이 작용될 수 있다”며 “특히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강화 등 거래장벽 등으로 시장에서 매수자가 매물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