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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 매달 임대료 수백억’…면세점, 사업권 반납 최악의 상황 가나


입력 2020.03.26 06:00 수정 2020.03.25 22:11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3월 인천공항점 매출액 80% 급감, 한 달 임대료가 월 매출액 두 배

정부 눈치 보느라 대기업들은 사업권 반납 쉽지 않아…‘휴점’ 만이 현실적 대안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데일리안

코로나 사태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공항 면세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매출도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사드 사태 당시와 같이 사업권 반납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4일 인천공항 여객 수는 출발 1800명, 도착 7516명으로 총 9316명에 그쳤다. 인천공항의 일일 여객 수가 1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하루 이용객이 22만명을 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지만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이용객 수가 급감한 것이다.


공항 이용객이 줄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항 면세점도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대상이 공항 이용객으로 한정된 데다 면세물품을 외부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면세업의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내 중소 면세점 두 곳의 경우 이달부터 6개월 간 임대료의 25%를 인하해주는 등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이 정도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매장 면적이 넓어 임대료가 비싸고 근무자가 많은 대기업 계열 면세점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가까이 감소하면서 월 임대료가 월 매출액의 3~4배에 달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들의 경우 인천공사와 계약 당시 최소보장액 조항이 있어 매출액과 관계없이 일정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 달 매출이 평소 2000억원, 임대료는 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이달 매출은 400억원으로 평소 대비 80% 감소가 전망되는 반면 임대료는 800억원으로 동일해 월 매출액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매달 월 평균 100억원 정도 적자를 보던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의 손실은 이달 한 달 동안에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사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수백억원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포공항의 경우 국제선 청사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현재 휴업 상태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2~3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휴점 직전에는 하루 매출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선 운항 편수가 줄면서 이용객 수가 급감한 여파다. 제주, 김해 등 지방공항도 운항 편수가 줄면서 문을 닫거나 탄력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형편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매장 문을 닫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상황인데 3개월 임대료 납부 유예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드 사태 당시에는 동남아나 다른 국가 관광객으로 일부나마 손실액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찍 문을 닫는 게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2018년 사드 사태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1터미널 4개 사업권 중 3개 사업권을 조기 반납한 바 있다. 제1터미널 입점 면세점의 경우 올 8월이 계약 만료라 임대료 대비 위약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가능성은 낮지만 대기업 면세점 3사가 일제히 사업권 반납 카드를 꺼내들 경우 인천공사도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연간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임대료 수익 1조원 중 약 92%를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어서다. 임대료 수익 문제와 함께 주요 면세점들이 모두 빠질 경우 한국의 대표 관문이라는 상징성도 약화될 수 있다.


반면 대기업들의 경우 사업권 반납 카드를 쉽게 꺼내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계속해서 면세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라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만한 행동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료 부담이 큰 상황이긴 하지만 사업권을 반납했다가 정부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며 “매장 휴점을 통해 조금이라도 손실 폭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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