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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구충제가 바이러스 사멸? 오남용 주의해야


입력 2020.04.07 16:20 수정 2020.04.07 16:22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머크사 '이버멕틴' 치료 효과 있다는 실험 결과

식약처 “국내 허가품목 없고 임상시험·개발상담 요청도 없어”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주장에 이어 이번엔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간) 호주 모나쉬대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 물질이 소멸했다”는 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아직 이버멕틴이 어떤 과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하게 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버멕틴은 1970년대 미국 머크사와 일본 기타사토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약품이다. 이버멕틴은 다양한 기생충을 구제하는 데 쓰는 구충제 성분으로 이,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 사상충증 및 기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이버멕틴 성분이 함유된 구충제는 허가돼 있지 않고 수출용으로 한 개 품목만 허가돼 있다. 또 국내서 구충제 이버멕틴 성분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하겠다며 임상시험을 신청하거나 개발 상담을 요청한 사례도 없다.


방역당국은 이버멕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6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버멕틴)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해당 논문을 검토했지만 이버멕틴이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를 검증한 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용량,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도 전국 회원 약국에 이버멕틴 성분의 동물용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약사회는 “소비자 문의 시 이버멕틴 성분 구충제가 동물 구충 이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반드시 구매자에게 용도를 확인하고 충분한 복약지도를 통해 허가사항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공지했다. 이버멕틴 성분이 인체 내에서 적정하게 작용하는지 여부 및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유효한지 등이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구충제 알벤다졸를 복용하면 기생충이 죽어 면역력이 증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알벤다졸이 코로나19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글이 나돌자 일부 약국에서는 품절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동물용 구충제가 암치료에 좋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졌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펜벤다졸, 알벤다졸 구충제 이슈가 코로나19까지 확산되고 있다”면서 “정확한 기전이나 효과, 안전성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오·남용이 돼서는 안 되고 본래의 목적 외에 사용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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