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적자 2조5000억원대, 신용등급 줄하향…불황 장기화에 경영 비상
업계, 5차 비상경제회의 대책 주목…관세완화 및 유예 등 추가지원 기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항공과 정유 등 기간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2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기업의 회사채를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관세 완화와 유예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중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기간산업 위기 극복 대책을 발표한다.
항공과 정유, 자동차 등 기간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관련 소비가 줄면서 영업실적 악화는 물론이고, 현금 흐름까지 막히는 유동성 위기 악재에 처했다.
정부는 이들 산업을 살리고자 기업의 회사채를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기를 앞둔 회사채의 차환을 발행할 때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서 기업들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기업어음과 회사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이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친 뒤 국회 동의를 받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해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지원은 ‘100조원 규모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대책’ 이후 대기업을 지원하고자 나온 방안이라 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하늘길 봉쇄’에 대규모 휴업을 벌이는 항공업계를 비롯해 도미노 위기에 처한 정유사들이 거는 기대는 특히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수출 총액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의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7% 반토막 났다.
코로나19로 항공유 등의 수요가 줄어든 데다 최근 빚어진 산유국 간 '증산 경쟁'에 곤혹에 처했던 상황이다.
국내 정유 4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조50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GS칼텍스와 에쓰오일, SK에너지 등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거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신용등급의 하락은 기업의 대출 금리와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줘 금융지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번 대책 이후 22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비상경제회의서 나온 대책 외에 추가로 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의논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때마다 부과되는 각종 관세에 대해 완화를 주장하고, 세정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정유업계의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예 등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경제회의 지원 방안과 별도로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리로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며 "관세 유예·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안건이 오갈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