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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절벽에도 보험업계 자본 확충 '안간힘'


입력 2020.05.03 06:00 수정 2020.05.03 04:5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보험사 총 자본 121조9998억…1년 만에 16.4% 증가

순익은 26.8% 급감에도…회계기준 변경에 대응 분주

국내 보험사 자본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확보한 자본이 1년 새 2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도의 실적 부진에 직면한 와중에도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 부채에 더욱 까다로운 잣대를 대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금 수혈에 집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런 현실이 당장은 보험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겠지만, 새 기준이 자리 잡는 동안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39개 생명·손해보험사가 보유한 자본은 총 121조9998억원으로 1년 전(104조8514억원)보다 16.4%(17조1484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자본이 조사 대상 기간 26조4985억원에서 33조855억원으로 24.9%(6조5870억원) 증가하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그 다음으로 같은 그룹 식구인 삼성화재의 자본이 12조2871억원에서 14조2074억원으로 15.6%(1조9203억원) 늘며 뒤를 이었다.


아울러 한화생명 역시 9조8625억원에서 12조581억원으로, 교보생명도 10조248억원에서 11조6892억원으로 각각 22.3%(2조1956억원)와 16.6%(1조6644억원)씩 자본이 증가하며 10조원 대를 나타냈다. 이밖에 DB손해보험(5조7207억원)·현대해상(4조4775억원)·오렌지라이프생명(3조8774억원)·NH농협생명(3조7475억원)·KB손해보험(3조1000억원)·푸르덴셜생명(2조9135억원) 등이 자본 규모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은 역대급 실적 악화 가운데 벌어진 변화란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벌이가 예전만 못해졌음에도 자본력을 끌어 올리는데 애를 썼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7조2863억원) 대비 26.8%(1조9496억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보험업계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액수다.


보험사의 성적이 나빠진 주요인으로는 저성장과 저출산, 저금리 등 3저 현상이 꼽힌다. 앞으로 고령화 심화가 불가피한 만큼, 보험사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영업 위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급속히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보험사들의 고민을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0~0.25%까지 내려 잡았다. 또 영국(0.1%)과 호주(0.25%), 캐나다(0.25%), 스웨덴(0%), 노르웨이(0.25%)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75%까지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도 보험사들이 자본 늘리기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2023년에 적용될 예정인 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IFRS17이 시행되면 현행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하는 시가 기준으로 바뀌게 되고, 그만큼 늘어나는 보험금 부담에 부채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어, 미리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풀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보험업계의 자본력은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의 지난해 말 평균 지급여력(RBC)비율은 269.6%로 전년 말(261.2%) 대비 8.4%포인트 올랐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심화로 경영 여건 악화가 불가피하겠지만,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에 대한 자본 확충 압박은 계속 커져갈 것"이라며 "IFRS17이 적용되면 회계 상 자본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보험업계의 내실을 튼튼히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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