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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금값인데…양돈농가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


입력 2020.05.20 14:47 수정 2020.05.20 15:05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양돈농가 “8개월 농가발생 없는데도 재입식 허용 안 돼, 생존권 투쟁”

정부 “ASF 바이러스 농가로 전파될 수 있어, 아직 재입식은 시기상조”

ASF로 돼지고기 공급 줄면서 가격 급등,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증가

양돈농가들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발생으로 경기·강원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230여 개 농가에서 돼지를 살처분한 이후 돼지 입식이 장기간 불허돼 양돈농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생존권 사수 투쟁에 나선 것이다.


대한한돈협회를 비롯한 ASF 비상대책위원회 등 양돈농가들은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과 관련 부처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0일째 시위를 이어가며 ASF 피해농가 재입식(돼지사육) 요구와 접경지역 축산차량 출입 통제 강화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한한돈협회 소속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농가 재입식 허용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ASF 상황은 가축질병 위기단계에서 가장 높은 ‘심각’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발생 초기 이후 농가 발생은 없지만 야생멧돼지에서 확인된 ASF 발생건수는 13일 기준 모두 612건이다.


이 중 경기도 연천이 24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화천이 235건, 파주 97건, 철원 29건, 고성 4건, 양구 3건, 포천 3건 등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의 재입식을 허가하지 않고 출입을 통제했으며, 5월 들어서는 모든 축산차량의 농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농가들은 즉시 재입식 허용과 함께 광역울타리 내 야생멧돼지 완전 소탕, 야생멧돼지 ASF 발생 시 살처분·도태명령 500m 이내로 제한, 접경지역 농가 출입차량 과도한 통제 저지, ASF 피해농가 영업손실·폐업지원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9월 ASF 발생에 따라 살처분에 동참했고, 이후 8개월간 접경지역 농가에서는 발병사례가 없는데도 재입식을 허가하지 않은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부터는 발생건수가 줄고 들고는 있으나 아직 미확인 산악지대 등이 남아있고 완전히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초목이 자라면서 폐사체 수색이 어려워진 영향과 그동안의 감염·폐사, 포획으로 발생지역 내 멧돼지 개체수가 감소해 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돈농가들은 재입식이 허용되지 않으면 2년 이상 장기간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절박감과 정부의 야생멧돼지 완전 소탕 대응이 길어지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광역울타리 밖에서도 야생멧돼지 ASF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근본대책이 없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면서 양돈농가들에 대한 규제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돈협회는 “광역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야생멧돼지를 박멸하고 고속도로를 활용한 체계적인 야생멧돼지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야생멧돼지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는 차량과 사람에 의해 농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5월 중에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양돈농가들의 이 같은 고통과는 별개로 축산시장에서의 돼지고기 가격은 급등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월 평균 삼겹살 평균 소매가격은 2만2130원(kg당)으로 집계됐다.


ASF로 인해 국내 생산량은 줄었고 코로나 19 영향으로 수입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수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자들의 재택근무 등으로 가정 내 소비가 늘었고,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육류 등 식재료 구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초 만해도 양돈농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면서 가격까지 하락해 이중고를 겪었었다. 소비촉진을 위한 가격할인까지 할 정도였지만 5월 들어서는 30%가 넘는 가격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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