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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ELS 발행 줄이고도 위험비용 1.5배 '껑충'


입력 2020.05.29 05:00 수정 2020.05.29 05:16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증시 불안으로 기초자산 지수·주가 하락하자 발행액 3분의1↓

증권사, 1분기 적자요인인 ‘헤지 비용’ 일으킨 미상환잔액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

올해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을 큰 폭으로 줄여 발행하고도 부담해야 할 위험 비용은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증시가 불안정했던 탓이다. 이에 지난 1분기 ELS로 인한 대량의 손실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던 증권사들이 2분기에도 ELS발 손실 폭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증권사의 ELS 발행액은 19조6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조5681억원보다 35%(6조8887억원) 감소한 규모다.


반면, 증권사가 ELS에 대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금액은 늘었다. 올해 4개월 동안 ELS의 조기 상환액은 16조68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25조4282억원 대비 52.3%(8조7430억원) 줄어든 수치다.


ELS의 조기 상환이 지연됐다는 건 그만큼 미상환잔액이 늘었다는 의미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ELS가 조기 상환되면 약속한 수익률과 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조기 상환에 실패하면 증권사들은 고객의 자산을 더 운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회피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ELS를 운용할 때 '헤지 거래'를 진행한다. 헤지는 어떤 상품의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원래 운용방향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취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즉 ELS의 수익을 얻기 위해 A라는 운용방식을 사용했다면 이와 정반대인 -A에도 같은 금액을 투입해 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든 손실을 막아내는 거래다.


ⓒ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

이에 증시가 나빠져 해당 지수가 하락하게 된다면 그만큼 ELS 수익률이 나빠져 약속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상환잔액이 늘어나게 된다. 아울러 지수가 지속 악화돼 ELS를 운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한다. 마진콜은 금융상품의 올바른 거래를 보증하기 위해 맡긴 증거금이 지수가격하락으로 처음 예치할 때보다 낮아지면 이를 처음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돈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 주가지수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ELS 마진콜 사태를 경험했다. 특히 자체헤지기법을 사용하는 증권사의 피해가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트레이딩 부문에서 28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ELS 헤지운용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 역시 트레이딩 부문에서 238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KB증권도 1137억원의 트레이딩 손실을 껴안았다.


해당 증권사들은 ELS운용과정에서 자체헤지를 실시했다. 자체헤지는 직접 상품 및 운용 등을 설계해 내부적으로 손실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삼성증권(117%), 한국투자증권(78%), KB증권(53%) 등의 자체헤지 비중은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증시 위험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5월 28일까지의 ELS 조기 상환액은 432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인 1조2866억원의 3.3%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의 ELS 조기 상환액인 7조8276억원에 비하면 0.5%에 그친다.


실제로 홍콩항셍지수는 지난 3월19일 2만1139.26포인트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5월27일 현재까지 여전히 2만5000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3월23일 2191.86포인트까지 떨어진 이후 3000포인트 복귀에 애를 먹고 있다. 유로스톡스50과 코스피200도 각각 3월 16일과 19일 2302.84, 199.28까지 떨어진 이후 3000과 300포인트에 안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한 달이 더 남은 만큼 2분기 ELS로 인한 위험이나 손실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금융당국이 규제강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시장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증시와 지수의 상승이 받쳐줘야 ELS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만큼 향후 금융시장 상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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