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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일 걸린 文대통령의 윤미향 사태 '논평'


입력 2020.06.09 04:00 수정 2020.06.09 04:2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조국 사태 땐 35일 만에 "국민적 갈등 유발 사과"

이번엔 "기부금 관리 시스템 구축" 원론적 언급

정가 "근본적 문제 답 없어…文 평론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4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청와대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35일과 32일


이는 각각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힌 데 걸린 기간이다. 두 사안은 여권의 비호 방식 등에서 '데칼코마니'라고 평가되는데,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 장소도 같다. 다만 '조국 사태'에 대해선 국민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한 사과를, '윤미향 사태'에 대해선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그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며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오신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정가에서는 지난 6일 발생한 정의연 피해자 쉼터 소장의 극단적 선택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달 7일 이후 이날까지 한 달 가량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왔다. 청와대는 윤 의원이 당 소속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입장을 밝힐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해왔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 할머니의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대한 답은 없고, 문 대통령이 평론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 평론가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적 대의를 흔들어선 안 된다'와 같은 언급은 문 대통령에게 들을 말이 아니다"라며 "'윤미향 사태'에 대한 문제점 파악 정도, 해결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담겨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도 "이도 저도 아닌 입장 발표"였다며 "이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여러차례 만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문 대통령이 모호한 말들만 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제기됐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유체이탈 화법이 아닌 확실한 입장표명을 기대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무너뜨리는 행위의 주체는 다름 아닌 개인 윤 의원과 그 주변"이라며 "대의가 살아있고 공정이 뿌리 깊어진 나라를 만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국민 대부분이 공분하는 '윤미향 사건'이 행여나 편가르기 진영논리로 호도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번 숙고하고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대의 의견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정의연 편을 들어줬다고 보이진 않는다. 다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위안부 인권 운동과 윤미향 사태를 구분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며 "쉼터 소장의 사망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 논란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검찰 수사 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순 없다"며 "현 상황에서 상당히 성의 있는 입장 표명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기부금 통합 시스템 구축 지시에 대해 관련 입법과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기부금과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확인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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