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플랫폼 고민…OTT로 공개하는 사례 나올지 주목
지난 4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로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국내에서 혹평이 쏟아졌던 작품이다. 일부 관객들은 "코로나19 시대에 최대 수혜자", "넷플릭스에 감사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재미로 정상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관객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냥의 시간'을 품은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집콕족 문화 확산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꼽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4월 국내 넷플릭스 결제 금액은 3월 362억원보다 21%가량 늘어난 역대 최대 금액인 439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월 185억원보다 137.2%나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료 사용자는 328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넷플릭스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영화의 극장 상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계약 문제로 인해 공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갈등은 봉합됐고 전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됐다. 넷플릭스와 계약금은 제작비를 회수하는 수준 정도로 알려졌다.
제작비 120억원에 달하는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00만명 정도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혹평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느 정도의 제작비를 회수하고 전세계 해외팬들에게 선보였으니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 이후 국내 영화계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집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공개하는 방식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6000원 할인권을 뿌리고, 코로나19 확산 산태가 잠잠해지고 있지만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점도 '극장'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4일 스타트를 끊은 '침입자'는 누적 관객수 30만명을 기록, 손익분기점 150만명에 도달하려면 더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10일부터 '결백', '사라진 시간', '야구소녀' 등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하지만 좌석 띄어앉기, 극장 가기에 대한 거부감으로 관객이 몰릴지 장담할 수 없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극장에서 개봉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국내 OTT 업체들이나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언택트(Untact·비대면)' 시장이 활성화 됐다. 향후 언택트 서비스 업계는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극장 목표로 했던 영화들도 다양한 플랫폼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