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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기본소득론-상] 고용보험 택한 문 대통령…'평등 경제' 방안 딜레마?


입력 2020.06.13 04:00 수정 2020.06.13 02:3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文, 대선 후보때도 기본소득 '재원' 이유 난색

미래 화두로 사실상 정치권에 가이드라인 제시

與 요청 늘면 재난지원금처럼 기조 변화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기본소득이냐, 전국민 고용보험이냐.


문재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화두는 '평등 경제'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포용성장과 공정경제의 연장선상에 놓인 개념으로, 불평등 해소를 통해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현재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용보험 확대'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1차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혜택을 넓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불붙는 기본소득 논의를 잠재우기 위한 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 깃발을 든 건 아니지만,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선결 과제로 고용보험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이슈 주도권을 보수 야권에 빼앗길 수 있단 우려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더해진다.


문 대통령이 기본소득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배경으론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재원 마련 문제다. 기본소득은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과 달리 지속성을 띤 현금성 복지 제도다다. 일회성인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재원 마련 문제로 정부와 여당이 격렬하게 대립했는데, 기본소득 논의를 두고도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률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얼마씩 지급하는 부분은 재원상 감당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런 재원이 있다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 보다 더 우리 경제를 살리는 근본 대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증세, 복지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단 점도 문 대통령이 당장 기본소득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여당의 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근본적인 복지 지원 체계를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정부 발(發) 추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청와대도 기본소득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기간과 수준을 정해 토론을 먼저 해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본격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서는 구체화된 수준에서의 논의를 하기는 좀 이른 것 같다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요청이 많아질 경우 문 대통령 사회안전망 확충 구상이 달라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재난지원금도 애초 청와대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 사이에서 조만간 '딜레마'를 겪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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