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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누가 보험사에 돌을 던지랴


입력 2020.06.22 07:00 수정 2020.06.22 04:4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높아지는 실손보험 가입 문턱에 모두가 불만

보험사도, 병원도, 소비자도 미꾸라지 아니다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비용 논란을 두고 보험사와 병원, 소비자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픽사베이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비용 논란을 두고 보험사와 병원, 소비자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픽사베이

"실손의료보험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도수치료 패키지 시리즈를 보여주더라."


20대 시절 큰 교통사고를 당한 뒤 주기적으로 도수치료를 받아 온 한 지인은 최근 새로운 병원을 찾았다가 들게 된 말을 전해주며 인상을 찌푸렸다. 끊임없는 과잉진료를 권하는 병원의 행태와 더불어, 실손보험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병원이나 가겠냐는 푸념이었다.


얼마 전 한화생명이 일반 실손보험 상품의 가입 연령 한도를 65세에서 49세로 제한했다는 소식을 전한 이후,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렸다. 아무리 그래도 보험사가 너무했다는 힐난과 병원들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비판이었다.


보험사로서도 50대부터 신규 고객을 받지 않겠다는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실손보험이 많은 손실을 안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에 있어 포기하기 쉽지 않은 카드여서다. 아울러 대형 보험사가 국민보험에 메스를 들이대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게 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도 남모를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비난의 화살은 줄곧 병원을 향하는 모습이었다. 실손보험으로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꼭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와 치료를 은근히 강요하는 풍토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실손보험에서 보험사의 누수가 시나브로 커져 온 가장 큰 이유다.


병원을 별로 방문하지도 않으면서 실손보험료만 꼬박꼬박 내온 선의의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이 모두 불만이다. 몇몇 미꾸라지 같은 병원들 때문에 보험료가 계속 올라가면서 자신들만 덤터기를 쓰고 있다는 날선 목소리다.


그러면 결국 의사들의 욕심이 악의 근원일까.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병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료행위의 기본 가격표인 의료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있어 도저히 기본 진료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토로다. 전국의 모든 의사가 과거 조선시대의 명의 허준처럼 구도자의 마음으로 살길 바라는 대중의 시선에 지친다는 격한 반응마저 나온다.


사실 이처럼 낮은 의료수가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숨은 공신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진료와 치료의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고 유지되다 보니 국민들로서는 큰 부담 없이 병원을 이용해 온 것이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법 개정에 정치 인생을 걸고 나설 국회의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의 정론이다. 표로 먹고 사는 의원들이 국민들의 의료비를 올리자는 주장을 감히 내뱉을 수 있겠냐는 얘기다.


결국 지금의 기형적인 실손보험 구조를 낳은 이면에는 모두가 말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훌륭한 건강보험 체계를 자랑삼으며 절대 선으로 고정시켜둔 사이 보험사도, 병원과 의사도, 소비자도 모두 문제의 본질을 놓친 채 서로를 손가락질하기에 바쁜 형국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이는 올바름을 얘기하고 남을 탓하며 갑론을박을 벌이기보다, 우리가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의 종착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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