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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래 EV 프로페시, 정의선의 '다국적 드림팀' 뭉쳤다


입력 2020.06.25 06:00 수정 2020.06.24 16:2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아름다움

운전의 즐거움, 자율주행 모드까지 고려한 조이스틱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지난 3월 초,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의 EV(전기자동차)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프로페시(Prophecy)’라는 이름의 이 콘셉트카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버전이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과 같이 ‘효율성’과 ‘실용성’에 치중한 전기차들과 달리 상당히 호화롭고 날렵한 자태를 뽐낸다. 마치 테슬라 모델S를 도로에서 만나면 한판 경주라도 벌일 듯한 포스다.


프로페시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를 한 차원 높인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앞으로의 전기차 전략은 1회 충전 주행거리에만 목매지 않고 스포츠카처럼 개성 있는 디자인에, ‘밟으면 튀어 나가는’ 고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들까지 타깃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프로페시는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역량이 총 동원된 역작이었다. 지난 4월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난 루크 동커볼케 전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을 비롯,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라파엘 브레터처 현대내장디자인팀 디자이너 등이 ‘드림팀’을 구성해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디자인 방향성을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프로페시다.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이들은 ‘디자이너 욕심’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세계 각지에서 영입한 ‘다국적 드림팀’이기도 하다.


루크 동커볼케 전 부사장은 현대차에 합류하기 전까지 벤틀리 수석디자이너였고, 사이먼 로스비 상무는 폭스바겐그룹 중국 디자인 총괄이었다. 한국인인 이상엽 전무도 주요 커리어는 폭스바겐과 벤틀리에서 쌓았다.


이런 드림팀이 만들어낸 역작인 만큼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컸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장(부사장)은 프로페시에 대해 현대차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과 혁신을 만드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호프만 현대차 유럽권역본부 상품실장(상무)는 “현대차의 철학인 ‘인간을 위한 진보’가 프로페시에 반영됐다. 진정한 진보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디자이너들의 자부심도 컸다. 로스비 상무는 “사람들이 미소 짓고 희망 찬 미래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을 목표로 프로페시를 개발했다”면서 “자동차를 감성적인 존재로 여기던 시절로 돌아가 디자인의 본질적인 순수함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프로페시. ⓒ현대자동차

이런 디자인 방향성이 집약된 프로페시는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가진 모습으로 탄생했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이 특징인 모듈화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기역학을 고려해 실루엣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배기구가 필요 없는 전기차의 특성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었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은 프로페시를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차로 만들지는 않았다. 이상엽 전무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기능성과 미학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디자인을 뜻한다”면서 “보는 이들의 오감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픽셀 라이팅이 적용된 프로페시의 리어 램프. ⓒ현대자동차 픽셀 라이팅이 적용된 프로페시의 리어 램프. ⓒ현대자동차

이런 특징은 공력성능을 높이기 위한 설계와 간결하고 매끈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겉모습에서 두드러진다. 볼륨을 한껏 불어넣은 앞뒤 펜더, 뒤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늘씬한 스타일의 차체, 견고한 느낌을 강조하는 리어 스포일러, 날렵한 프로펠러 모양의 휠 등은 차체 옆과 뒤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정리한다.


프로페시에 적용된 디테일한 부분들에서도 현대차의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앞뒤 램프와 리어 스포일러에 적용된 픽셀 라이팅은 프로페시에 미래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수많은 LED 픽셀이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며, 이를 통해 빛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 픽셀 램프 디자인은 향후 현대차 디자인의 시그니처 요소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이 적용된 프로페시 운전석. ⓒ현대자동차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이 적용된 프로페시 운전석. ⓒ현대자동차

프로페시는 공개 당시 ‘조이스틱으로 운전하는 차’로도 관심을 모았다. 실내 디자인을 담당한 라파엘 브레터처 디자이너도 프로페시의 실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조이스틱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어링 휠을 대체하는 2개의 조이스틱에는 통합 버튼이 장착돼 운전은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은 차량 기능의 90%를 실행할 수 있다.


조이스틱은 실내 공간의 확장과 더불어 운전의 즐거움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끄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기차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구현된 것이다.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이 적용된 프로페시 운전석. ⓒ현대자동차 스티어링 휠 대신 조이스틱이 적용된 프로페시 운전석. ⓒ현대자동차

사실 조이스틱은 앞으로 도래할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자동차에 완전히 운전을 맡긴 상태에서 운전자의 앞에 놓인 스티어링 휠은 공간적이나 시각적으로 상당한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는데, 프로페시는 이를 제거하고 좌우의 조이스틱으로 대체한 것이다.


프로페시는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운전자 휴식 모드를 작동할 때 스티어링 휠의 방해 없이 대시보드 뒤쪽의 널찍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프로페시의 도어를 개방한 모습. ⓒ현대자동차 프로페시의 도어를 개방한 모습. ⓒ현대자동차

한편, 현대차의 디자인 드림팀이 총 동원돼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한 역작인 것에 비하면 프로페시의 데뷔 과정은 아쉬움이 많았다. 당초 프로페시는 3월 5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계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일 메인 전시 차량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되자 불가피하게 온라인 공개로 전환했다. 프로페시로서는 세계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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