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뜩이나 전세매물 없었는데 6·17대책 기름 부은 격”
6·17 부동산 대책 이후 보름도 안돼 서울 전셋난이 더 심화되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매매가는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세를 원하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며 공급물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52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모든 지역에서 상승하며 전주 대비 0.08% 올랐다.
송파구 잠실 대장주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전세가는 대책 발표 이전과 비교해 모두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엘스 전용59㎡는 6월 6억6000만원(7층), 7억3000만원(1층), 7억4500만원(22층) 실거래됐지만, 현재 전세 호가는 8억~8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올해 상반기 평균 9~10억원에 거래되던 리센츠 전용84㎡ 전세매물 호가는 현재 11억원이다. 지난달 29일에는 14억(16층)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잠실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전용 84㎡ 전세 14억은 정상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전에 계약한 갭투자와 관련한 물건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마포구 공덕자이 역시 지난달 6억5000만원(13층)에 실거래됐지만, 보름이 지나지 않아 호가는 수천만원 오른 6억7000만원~7억원에 형성됐다.
전세가격은 강남을 비롯해 강북·강동·강서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매물도 부족하다. 왕십리에 위치한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왕십리나 인근 신당동 등도 입지가 좋은 전세매물은 동이 났다”며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하자 결혼을 미뤘던 신혼부부들이 반짝 몰려들었지만 전세 매물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수도권 전세매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내내 귀했다. 여기에 규제에 규제를 더한 6·17 대책은 전세대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전세가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 초부터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재계약을 통해 눌러앉으며 전세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았고, 강남쪽은 학군 때문에 예년부터 전세매물이 귀했다”며 “6·17 대책 이후 오른 집값은 전세가격을 자극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재건축 2년 거주의무 등이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을 더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재건축 위축·청약 대기 수요·주택임대차보호 3법 등 전세난을 가중시킬 요인은 풍부한데, 입주물량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만4000가구 올해 4만6000가구로 예정된 서울 입주물량은 다음해에는 2만4000가구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2022년 상반기에도 9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수요는 넘치는데 신규 공급은 제한돼 전세대란에 다른 전세값 상승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주택매매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공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전세난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급등은 공급량이 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주택구매를 정상화시켜 주택 수요가 전세가 아닌 구매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매물동결효과로 공급감소의 부작용이 큰 양도세 중과와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매물을 늘려주는 것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