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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원의 백미러] 옵티머스 사기극 볼썽사나운 공방 유감


입력 2020.07.31 07:00 수정 2020.07.31 19:13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2017년부터 옵티머스 지켜본 금감원과 4개 기관..."아무도 몰랐다"

금융당국, 판매사 등에 공 넘겨..."책임공방에 투자자만 소외될 것"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 ⓒ연합뉴스

“제도권 시장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옵티머스펀드의 불법행위가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등은 옵티머스가 처음부터 기획적인 사기를 벌여온 탓에 이를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그동안 운용사에 대한 검사와 펀드 사후 심사를 여러 차례 진행 했음에도 운용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더 큰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사태 발생 전인 2017년부터 옵티머스에 대해 3번의 검사를 진행했다. 2018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서울중앙지방검찰청까지 옵티머스운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2018년 3월, 총 748억5000만원의 공적기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가 2018년 9월 과기부로부터 감사 및 징계를 받았다. 옵티머스가 투자금을 부적격업체에 투자하는 전파진흥원 규정과 달리 자의적으로 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4개 기관이 2년여 전부터 옵티머스에 의구심을 가지고 운용 상황을 들여다봤지만 펀드 사태를 막지 못했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를 계기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산운용사 52개사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지난 3월부터는 옵티머스 등 운용사 10곳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한 뒤 4월 말부터 서면검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야 부실 정황이 파악됐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감원이 옵티머스 정황을 확인했으면서도 신속하게 대응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외압 가능성도 제기한다. 투자자들은 “옵티머스펀드는 대담하게 국가 금융관리 시스템에 도전했고 시스템은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늦었지만 금융감독 전반의 감사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옵티머스운용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시작부터 위험자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펀드 자금을 모집했다. 펀드 자금의 98% 이상은 옵티머스 경영진이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 등을 거쳐 각종 부동산사업과 주식 매입에 흘러들어갔다. 펀드 투자제안서에는 ‘연 3~4%가량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기재했다. 노골적인 사기 행각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를 많이 판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사의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한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향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될 수 있어 업계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이번 사태는 정·관계 인맥도 얽힌 만큼 권력형 게이트로도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사후관리와 비리 의혹 규명 등 모든 공이 업계와 검찰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결국 투자자들만 소외될 수 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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