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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국회생활] 통합당 정강정책 개정안과 총선 백서에 부쳐


입력 2020.08.12 07:00 수정 2020.08.12 10:22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미래' 그린 정강정책 개정안은 호평,

'과거' 고찰한 총선 백서는 비판 일색

이제 과거 뒤로 하고 미래만 바라보란 뜻일지도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당이 정말 달라지는구나 싶어요."


미래통합당 정강정책특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이번 개정안 마련 과정을 지켜본 뒤 이렇게 자신있는 평가를 내놨다.


이 위원이 자신감은 정강정책 개정안에 든 내용은 물론, 그 과정이 진정성이 있었다는 데서 비롯됐다. 분야별 초안을 작성하고 난상토론을 한 뒤 마지막 회의였던 12시간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는데, 현직 의원을 포함한 모든 특위 위원들이 단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는 지키는 것은 처음 봤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집요하게 파고든 끝에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4연임 금지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 △권력형 범죄 공소시효 폐지 △남녀동수 내각 지향 △전관예우 차단 △동물 생명권 보호 등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다양한 정책 과제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안정당, 집권정당으로서 갖춰야 할 '실용성'을 갖추고 이념 지향은 덜어냈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일부 보도된 통합당의 '21대 총선 백서'에 대해서는 비판 일색이었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백서 초안에 따르면, 통합당은 주요 패인으로 △대선 이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막말 논란 △최선의 공천 이루어지지 못함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코로나19 방역 호평 대통령 긍정 평가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 △국민을 움직일 공약의 부족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후보자의 개인 특성 등을 꼽았다.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데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재탕한 '맹탕 백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보수 진영에 대한 호감도 자체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등의 일부 대목에서는 자성이 아닌 '자학'의 향기까지 풍긴다.


백서 집필에 참여한 위원들의 평가는 더욱 신랄했다. 기자와 만난 몇몇 위원들은 "이번 총선의 패인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20년 전의 시점에서 원인을 분석한 것 같다", "초등학생이 쓴 것 같다", "안 내놓으니만 못하다"고들 했다.


같은 날, 호평을 받은 정강정책 개정안과 혹평을 받은 총선 백서를 보며 최근 한 초선 의원이 기자와 만나 당차게 던진 한 마디가 생각났다. "총선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반성이나 하고 있느냐. 우리가 왜 선거에서 진 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와 그의 말을 떠올리며, 총선이 4개월여 지난 시점에서 어쩌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박수를 받기는 애초에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의 4·15 총선 대승도 사실은 통합당의 '자살골'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어떤 반성이든 당 관계자는 물론 국민들로 하여금 통합당의 과거 잘못만 회상하게 할 뿐이다.


통합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모양새다. 어쩌면 통합당이 이제는 정말 과거는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할 때인 듯싶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릴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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