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처럼 인앱 결제 강제…CP 수익 하락 불가피
지위 남용해 고율 수수료 책정…콘텐츠 가격 상승 요인
시장 선점 대형사 절대적 유리…“대응책 마땅치 않아”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해온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갑질’의혹이 논란이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자신들이 정해놓은 판 안에서만 서비스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공자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콘텐츠 제공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피해로 확대될 것이 우려된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일방통행식 갑질의 문제점 및 갑질 근절을 위한 대책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남용해 일명 ‘통행세’로 불리는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 콘텐츠 제공자(CP)와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대형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플랫폼 시장에서 이를 자생적으로 해결할 대책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18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인터넷 업체에 구글 플레이 앱 결제 정책 변경을 안내했다.
구글의 인앱 결제인 ‘구글 빌링 플랫폼’을 게임 외 콘텐츠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글 빌링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구글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된다.
그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게임을 제외한 앱에 다양한 결제 수단을 허용했다. 약관 상 자사 결제 시스템 사용을 명시하긴 했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
구글은 이들 업체에 유예 조건과 수수료 요율 등을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첫해 약 30%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용자 유지 기간에 따라 수수료 비중을 차감하는 것이 유력하다. 앱마켓 양대산맥 중 하나인 애플 역시 오래전부터 게임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책정해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앱 서비스 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동안 자체 혹은 외부 결제 시스템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해 왔지만 구글 빌링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최대 3배까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구글 빌링 플랫폼 수수료는 매출액의 30%인 데 반해 자체 결제 수단 등을 통하면 수수료가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높은 수수료로 콘텐츠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을 제외한 앱 서비스의 콘텐츠 가격을 살펴보면 수수료가 30%인 애플 앱스토에서의 가격이 구글 플레이보다 대체적으로 높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포인트인 ‘쿠키’는 구글 OS인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하면 1개에 100원이지만, 아이폰은 120원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의 베이직 요금제의 경우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월 7900원, 아이폰은 월 1만2000원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도 한 달 이용권이 애플 앱스토어는 1만5000원 수준이나 구글은 1만2400원으로 다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자생적으로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절대적인 점유율과 압도적인 콘텐츠의 양 등 후발주자가 넘어야 될 허들이 너무 높다는 설명이다. 국내 앱마켓만 보더라도 애플과 구글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높아지면 콘텐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CP사들도 수익 보존을 위해선 이같은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수록 가치와 영향력이 상승한다”며 “이 때문에 선점한 대형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고 국가적 대응책 등 적극적인 방법 없이는 이를 깨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