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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위기 현실로…5대 금융그룹 충당금 두 배 폭증


입력 2020.08.19 06:00 수정 2020.08.18 17:3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 상반기에만 2.6조 이상 적립…대출 부실 대비 본격화

충당금에 실적 '발목'…코로나 장기화 속 깊어지는 주름살

국내 5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올해 상반기에만 2조6000억원 넘게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난 액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만큼 금융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당장 발목이 잡히며 실적 악화에 직면한 금융그룹들로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코로나19에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들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2조65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901억원) 대비 91.1%(1조265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이 쌓은 신용손실충당금 같은 기간 5257억원에서 8215억원으로 56.3%(2958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나타냈다. 또 하나금융은 2472억원에서 5252억원으로, 우리금융은 1365억원에서 4467억원으로 각각 112.5%(2780억원)와 227.3%(3102억원)씩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급증했다. 이밖에 KB금융도 2938억원에서 5397억원으로, 농협금융은 1869억원에서 3228억원으로 각각 83.7%(2459억원)와 72.7%(1359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금융그룹들이 이렇게 신용손실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고 있는 것은 그 만큼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실 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의 신용손실충당금 확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차원이 아닌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아직 대출에서 눈에 띄는 부실 징후가 감지되지는 않고 있어서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7조4582억원으로 1년 전(8조5062억원)보다 12.3%(1조480억원)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의 부실 대출 규모를 가늠할 때 쓰이는 잣대로, 상환이 3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는 여신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금융그룹들이 벌써부터 충당금 쌓기에 열심인 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금융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지점은 코로나19 이후 정부 주도로 본격 실행된 금융지원에 따른 리스크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라는 정부의 주문에 지난 4월부터 금융사들은 관련 대출을 빠르게 늘려 왔다. 아직 코로나19 지원 대출이 실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은행 등을 찾은 관련 차주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잠재적 부실 위험이 상당할 수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1045조927억원에서 1091조7388억원으로 4.5%(46조6461억원)나 확대됐다.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이 같은 기간 369조6340억원에서 394조4896억원으로 5.6%(24조8556억원) 늘며 은행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처럼 금융그룹들의 충당금 적립은 위기에 앞서 미리 대처하려는 성격이지만, 그 부담은 곧바로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쌓은 충당금만큼 금융사의 순이익은 줄어들게 되는 구조여서다. 이에 5대 금융그룹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조4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1317억원)보다 9.8%(6996억원) 감소했다. 이에 대해 각 금융그룹들은 충당금이 성적 부진의 주요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측면은 코로나19 여파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경제적 충격 역시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코로나19 대출의 핵심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고 있다. 지난 6월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더불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3.3% 감소하며, 지난 1분기(-1.3%)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최근의 불황을 상징하는 지점이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그룹들의 충당금 적립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가뜩이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한 은행 등 금융사들 입장에서 이런 흐름은 실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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