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감성 마케팅 외국서도 통해…진출 1년 만에 베트남 안착
배민키친, 해외 진출 시 음식 조리에만 전념하도록 전방위 지원
DH와 합병 시 대만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제2배민 육성
배달의민족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식 배달 문화를 소개하며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초기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했던 배달앱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었던 ‘B급 문화’는 해외 시장 진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배민은 사업 초기부터 배달앱 사용의 메인 타깃을 배달음식 주문을 도맡아 하는 각 조직의 막내로 설정하고 마케팅을 펼쳤다. 그래서 각 회사에서 팀의 막내나 대학 동료들 중 가장 후배, 즉 20~30대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B급 문화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를 개발했다.
이 같은 B급 문화, 유머, 패러디 등은 지난해 6월 배민의 첫 해외 진출지인 베트남에서도 현지화를 앞당기는 주요 전략으로 활용됐다.
베트남 사로잡은 배민의 ‘B급 감성’ 마케팅, 조기 정착 한 몫 톡톡
베트남도 우리나라의 설날 같은 큰 명절인 Tet(음력설) 때 새해를 기념하며 봉투에 돈을 넣어 서로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
배민은 이 문화에 착안해 봉투에 현지 서비스명인 ‘BAEMIN’의 재미있는 카피를 넣고 판매, 배포하며 사업 초기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배민이 만든 봉투에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구가 들어간다.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봄에 받는 수입” 등 모두 10가지 문구로 제작했다.
봉투는 BAEMIN 앱을 통해 판매됐는데 하루 1000장 이상 팔리면서 판매 개시 10일 만에 재고가 소진되기도 했다. SNS에서도 회자되면서 BAEMIN 봉투 디자인을 따라하는 미투 브랜드가 생길 정도였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라이더의 복장도 차별화했다.
가방에는 “Nước sôi! Nước sôi!”(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비가 많이 오는 베트남 특성에 맞게 우비에는 “Bảo Toàn Đồ ăn Bằng Mọi giá!”(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라는 문구 등 현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문구나 음식과 관련된 메시지를 중심으로 기획했다.
이를 통해 현지 고객들에게 배민 라이더의 재미있고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으며 신규 사용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K푸드의 해외 진출 적극 지원…‘조리공간부터 식자재 확보, 상권 분석까지’
최근에는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K푸드 해외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출 기업들에게 조리공간부터 식자재 확보, 상권 분석에 이르기까지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K푸드의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민은 베트남 호치민에 공유주방인 ‘배민키친’을 운영하고 있다. 조리시설을 갖춘 여러 개의 주방을 한곳에 모은 공유주방 서비스로, 이곳을 이용하면 보증금, 임대료 같은 초기 투자비용 없이 외식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 여러 입점업체가 식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해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국내에서 죠스떡볶이, 바르다김선생 등을 운영하는 죠스푸드는 베트남 진출 과정에서 배민으로부터 공유주방은 물론 메뉴 개발, 식자재 현지 조달 등 지원을 받았다. 현지인 채용과 교육, 매장 홍보, 복잡한 현지 행정절차 등도 배민을 통해 해결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현지 론칭 후 하루 평균 주문 수가 150~300건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죠스푸드 외에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아띠제도 배민키친에 입점하면서 현지 매출이 늘고 있다.
죠스푸드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의 맛 경쟁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지만 해외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판매하기는 쉽지 않아 글로벌 진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 사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K푸드도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음식점들의 문의가 늘면서 배민키친도 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6월 호치민 2호점을 낸데 이어, 올 하반기 호치민 3·4호점, 하노이 1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인기완 우아한형제들 해외사업부문 상무는 “배민 특유의 마케팅 기법이 다른 나라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베트남 사업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한국에서처럼 BAEMIN을 베트남 국민 앱으로 성장시켜 K푸드가 해외로 진출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이 해외에서 동반 성장할 길을 연다는 각오로 해외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DH 합병, 대만 등 아시아 11개국서 제2배민 키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이 완료되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딜리버리히어로 독일 본사의 3인 경영위원회 일원으로 합류하는 동시에 우아DH아시아 대표를 맡게 된다.
우아DH아시아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50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다. 김 의장은 우아DH아시아의 대표로 대만,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의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배민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 한국 젊은이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개발자, 마케팅 인력 등을 비롯해 배민과 손잡고 일하는 로봇이나 식기, 식자재 등 업체들도 아시아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배민 측은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Made by Korea로 전 세계인이 쓰는 IT서비스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포털에서 구글, 콘텐츠에서 넷플릭스 같은 존재가, 푸드 딜리버리 분야에서 배민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