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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정부는 왜 하필 이 시국에 의료정책 꺼냈나


입력 2020.09.02 07:00 수정 2020.09.02 05:11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코로나19 상황 위중한데 의료계 민감한 정책 추진

의사들 복귀 이끌어내려면 정부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 보여야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 및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 및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가운데 4대 의료정책을 꺼내들며 연일 논란이 뜨겁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이 의료단체와 논의나 의견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될 만큼 시급한 문제였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모든 동력을 코로나 종식에 쏟아야 하는 이 시국에 말이다. 왜 하필 의료계가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뜨거운 감자를 지금 내놨을까.


코로나 대응체계에서 정부-의료계의 공조가 어긋나면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는 크게 위협 받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은 무엇보다 코로나 대응이 최우선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과 정부의 촘촘한 협업이 절실하다. 그런데 복지부는 의료계가 반발할 것이 뻔한 정책을 들고 나와 부스럼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이 여론을 정부쪽으로 기울게 해 손해볼 게 없는 게임이라는 정부의 오만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역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원 정원 확대는 가시적인 효과가 6~10년 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더 미루기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은 여전하다. 코로나 정국에 파업을 하면 국민들의 원성이 의사들을 향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버리고 '밥그릇 지키기 싸움을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복지부 관계자들은 '의사는 공공재', '참을 인자 세 번 쓰고 나왔다'는 표현을 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피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며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연봉이 아니라 낮은 수가에 있다.


수가가 낮다 보니 병원에서 기피과를 없애는 추세다. 때문에 졸업을 하더라도 취업할 병원이 많지 않다. 그런데 누가 기피과를 지원하겠는가.


의료수가 체계의 모순으로 발생한 의사 수 불균형을 단순히 의사를 늘리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 단체들 역시 정부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 하루빨리 파업을 중단하길 바란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방호복을 껴입고 진료에 여념이 없었던 의사들과 현재 파업 피켓을 들고 있는 의사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의사들이 사명감이 없어서 의료현장을 떠나 파업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인들을 향해 '전장을 떠난 군인'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들이 왜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그들의 현장 복귀를 이끌어 내려면 여론몰이로 구석에 가둘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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