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규모 재정확장정책 추진…건전성 관리 필요
스페인, ‘PIGS’ 4개국 중 가장 빠른 회복…3% 성장률 달성
긴축재정과 노동 유연성 확보가 원동력…고질적 문제 개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재정확장정책이 추진돼 정부의 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스페인의 사례를 주목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경제에 스페인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이 과거 재정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현재의 한국 상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경련이 지난 2012년 유럽재정위기 이후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었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PIGS’ 4개국의 7년간 경제 및 재정지표를 분석한 결과 스페인은 재정건전성과 기업 활력이 가장 빠르게 회복되며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 3년여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면서 GDP 대비 경상수지도 호조세를 보였다. 스페인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실업률 역시 2013년 26.1%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8년 15.3%까지 내려갔다.
스페인이 이처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라호이 정권의 고강도 긴축정책을 통한 경제 채질개선이 한몫했다.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010년 집권 직후 2014년까지 800억유로(약 110조원) 규모의 긴축재정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을 2012년 –10.7%에서 2017년 –3%대까지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라호이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긴축재정 정책을 실시했다. 공공투자 14% 축소, 지방정부 재정건전화, 공무원 임금 5% 삭감, 연금동결 및 정년연장, 출산장려금 폐지, 실업수당 감축 등 공공부문 지출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긴축재정 노력 결과 스페인은 유럽재정위기 당시 EU로부터 받은 413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약 1년 반 만에 상환하며 구제금융 조기졸업의 성과를 거뒀다.
라호이 정권은 재정건전성 회복과 더불어 기업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구조개혁도 추진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 정규직·계약직 이원화 등 스페인 경제의 문제로 지적돼 왔던 노동개혁에 방점을 뒀다.
라호이 총리는 노동유연성 강화, 단체협약체계 개편, 새로운 형태 정규직 신설, 직업훈련 강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 정책을 2012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덕분에 전체 실업률 및 청년 실업률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노동생산성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107.3으로 PIGS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 확장재정이 불가피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페인의 경험은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빠르게 경제회복을 이뤄낸 실증적 사례인 만큼 우리의 포스트 코로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