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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년 3억원도 대주주"...‘슈퍼개미’ 오버행 주의보


입력 2020.09.18 05:00 수정 2020.09.18 15:59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올해 개인 56조원 순매수...“양도세 회피 위한 환매전쟁 불가피”

“하락 부추길 것” 투자자들 반발...“새로운 실적 개선주로 대응”

정부가 상장사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올해 연말 큰 손들의 매도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상장사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올해 연말 큰 손들의 매도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내년 대주주 요건 완화로 '슈퍼 개미' 매도 폭탄이 연말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잠재매물 출회(오버행) 요인으로 작용할 지 여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과매수 단계에 진입한 터에 연말 투자심리 약화 요인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연초부터 지난 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3조546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2조3606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증시에 대거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55조9071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874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조799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의 압도적인 순매수 규모는 오는 12월 매도 물량이 급증할 것이란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개인들이 코스피·코스닥 총합 56조원을 순매수한 상황에서 연말 대주주 요건 회피를 위한 환매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매년 12월은 대주주 주식 매도차익 양도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도세가 집중되는 시기다.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는 주주 명부 폐쇄일은 12월 말이다. 대주주 요건에 충족되면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세(22~33%·지방세 포함)를 내야한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2월마다 순매도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액만 3조8275억원으로 7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주주 기준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려간 영향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기준이 종목당 3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아진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고됐다. 3억원은 본인뿐 아니라 조·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슈퍼개미들의 매도 폭탄이 증시 하락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법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이라며 “올해 역대 최대의 개인물량이 쏟아져 패닉장이 올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계획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올해 기준이 3억원으로 기존보다 70% 낮아지면 연말에 매도 행렬이 이어져 대폭락장이 올 것이 뻔하다”면서 “또 3억원이 본인보유분만 아니라 직계존비속까지 다 포함되는 문제도 있는데 주식수 공개·확인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기재부는 3억원으로 하향했을 때의 세수 증가분과 주식투자자가 지수 하락으로 손실을 보는 피해금액 규모를 비교해 어떤 것이 국가 경제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투연은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행을 반대하기 위해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투자 전략 면에선 연말 로테이션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 요건 양도세 과세 회피를 위한 수요와 기관투자자의 수익률 확정 등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또 연말에는 지나간 올해보단 내년에 턴어라운드가 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관심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뉴 페이스’에 집중할 것을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매년 연말에 나타났던 개인들의 투매가 올해는 더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존 개인들의 매수 일변도였던 시기에 나타났던 과열 종목, 즉 주도의 추가 상승 등 움직임이 연말 환매 시기에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낙폭 과대주가 유리한 연말 로테이션 장세에선 새로운 실적 개선주 위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내년 초부터는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개인들의 수급이 재차 몰리면서 올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내년 국내 실적 턴어라운드와 저금리 기반의 유동성 장세가 아직까지는 유력하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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