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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부실채권 불어나는 부산은행…대응은 '안일'


입력 2020.09.24 06:00 수정 2020.09.24 21:3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무수익여신 올해 들어 3000억 돌파…지방은행 중 최대

'위기 대응' 충당금 도리어 축소…리스크 관리 '시험대'

국내 5대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지방은행 무수익여신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BNK부산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올해 들어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며 국내 지방은행들 중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지역 경제의 충격이 관련 지방은행으로도 빠르게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부산은행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쌓는 충당금을 오히려 축소하면서 적절치 못한 행보란 지적이 이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눈앞의 실적 방어를 위해 안일한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될 시점이란 경고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들이 보유한 무수익여신 잔액은 9602억원으로 지난해 말(8712억원)보다 10.2%(89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려 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대출을 일컫는 말로,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과 채권재조정 또는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신 등이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지방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의 부실채권 증가세가 가장 눈에 띄었다. 부산은행의 무수익여신은 같은 기간 2342억원에서 3261억원으로 39.2%(919억원)나 늘어나면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나타냈다. 지방은행들 가운데 무수익여신이 3000억원을 넘는 곳은 부산은행이 유일했다.


반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542억원으로 지방은행들 중 최대였던 경남은행의 무수익여신은 7.0%(177억원) 감소하며 부산은행을 1000억원 가까이 밑돌게 됐다. 이밖에 대구은행의 무수익여신은 2196억원에서 2235억원으로 1.8%(39억원) 늘었다. 광주은행 역시 867억원에서 922억원으로, 전북은행도 765억원에서 819억원으로 각각 6.3%(55억원)와 7.1%(54억원)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전반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역풍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심화 속에서 차주들의 빚 상환 여력이 악화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감지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부산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수출 역성장의 충격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급감하면서 이에 영업 기반을 두고 있는 부산은행의 기초체력도 약화되는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2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6.1% 급감하며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실정이다.


문제는 부산은행이 이처럼 코로나19 악재에 여신의 질이 크게 나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지출을 도리어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수익여신에 대해 부산은행이 쌓은 충당금은 올해 상반기 말 3904억원으로 지난해 말(4325억원)보다 9.7%(421억원) 감소했다. 충당금이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나 손실에 대해 그 전부 혹은 일부를 미리 비용으로 처리해 두는 회계 항목이다.


반면 다른 대부분 지방은행들은 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나선 모습이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관련 충당금은 2805억원에서 3043억원으로 8.5%(238억원) 증가하며 3000억원을 돌파했다. 광주은행 역시 934억원에서 975억원으로, 전북은행도 795억원에서 863억원으로 각각 4.4%(41억원)와 8.6%(68억원)씩 무수익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늘려 잡았다. 무수익여신이 줄어든 경남은행의 충당금만 2410억원에서 2310억원으로 4.1%(1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이 이 같은 충당금 책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정도에 따라 회사의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충당금 전입액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최근 부산은행의 충당금 책정에 더욱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속 지방은행들의 이익이 일제히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산은행의 실적 부진이 유독 도드라지고 있어서다. 이익 악화가 부담이 돼 추가적인 충당금을 적립을 주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산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781억원으로 전년 동기(2228억원) 대비 20.1%(447억원)나 줄었다. 같은 기간 나머지 지방은행 전체의 순이익은 4713억원에서 3976억원으로 15.6%(737억원) 감소한 정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실적 악화를 염려해 소극적인 충당금 운용에 나서서는 안 될 시점"이라며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장기화하면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경제 위기 수준의 불확실성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평상시보다 훨씬 강력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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