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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노동부인가 노동당인가…망한 공장에 정규직 고용하라니


입력 2020.09.23 11:45 수정 2020.09.23 13:13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한국GM, 군산공장 닫고 3000여명 내보냈는데…1700여명 직접고용 명령

경영정상화 진행 중 심각한 리스크…7년 전 '합법' 판단해놓고 돌변

폐쇄 직전인 2018년 2월 당시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8년 2월,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3위 완성차 업체였던 한국GM이 국내 세 곳의 공장 중 하나인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했다. 당시 한국GM 최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부실 해외사업 매각 작업이 한창이었고,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GM 역시 철수설에 휘말린 상황이었다.


1만명에 육박하는 근로자와 그 수십 배에 달하는 협력사 근로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국GM이 사라질 경우 막대한 경제, 고용 측면의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한국GM을 눌러 앉혔다.


한국GM은 GM과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3000여명의 인원을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하는 한편, 비핵심 자산 매각, 각종 비용축소 등 뼈를 깎는 자구안 이행에 나섰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초 목표했던 흑자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GM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GM 본사에서 배정을 약속했던 2종의 글로벌 신차 중 하나인 트레일블레이저도 정상적으로 생산돼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원활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런 한국GM에 또 다시 위기가 닥쳤다. 이번엔 정부발(發) 리스크다. 2년여 전 돈까지 줘가며 한국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던 바로 그 정부가 이번엔 위기의 원흉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한국GM에 대해 인천 부평공장과 전북 군산공장의 불법파견 근로자 945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지난 7월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한국GM 임원과 협력업체 운영자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과 연계된 결정이다.


기업이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은 일감이 없어서다. 이미 3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감이 없어 회사를 떠났다. 그런 회사에 다시 1000명에 육박하는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앞서 노동부가 한국GM 창원공장에 직접고용을 지시한 협력업체 근로자 774명까지 더하면 총 1719명에 달한다.


이정도 인원을 고용하려면 이미 폐쇄된 군산공장 정도 규모의 공장을 새로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지금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일감을 확보하기도 급급한 판에 그 인원을 받아들여봐야 잉여 인력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노동부가 한국GM에 직접고용을 지시한 인원 중 148명은 바로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근로자다. 존재하지도 않는 공장에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한국GM은 2013년 노동부로부터 현장 실사를 받고 ‘하도급법’상 합법적 도급운영이라는 판단을 받았고, 그 뒤로 법률이나 행정지침이 바뀐 게 없는데 ‘파견법’ 위반으로 직접 고용을 강제당하게 된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7년 전 ‘합법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해준 정부부처가 이제 와서 ‘불법이니 (인력 수요가 있건 말건) 직접 고용하라’고 하니 누굴 믿고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걸 떠나 당장 1719명의 잉여 인력에게 임금을 지급할 일도 걱정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돈을 잘 버는 기업도 이정도 인원을 놀고 먹게 하면서 임금을 줄 수는 없다. 하물며 외부 수혈로 가까스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한국GM으로서는 이들을 받아들이게 될 경우 그동안 기업 회생을 위해 진행해 왔던 자구안이 모두 허사가 된다.


어떤 정부건 실업률을 줄이고 기왕이면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더구나 노동계에 ‘마음의 빚’이 많아 정규직화를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니, 각 부처는 그런 의지에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존폐위기로 몰 만한 규모의 정규직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그 수십 배의 근로자를 거리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쪽의 조선노동당이라면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노동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잘못하면 시계를 한국 철수설이 나오던 2년여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구호에 매몰돼 기껏 혈세까지 투입해 잡아놓은 기업을 다시 내보내는 패착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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