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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공무원 총살 만행] 김정은 친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靑, 왜 갑자기 공개?


입력 2020.09.26 04:00 수정 2020.09.26 05:1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통상 친서 교환 사실 미공개…전문 공개도 '이례적'

남북관계 악화로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 의식한 듯

野 "사건과 무관한 친서 왜 운운…이런 게 물타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까닭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정상의 친서 교환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특히 전문을 공개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서해 공무원의 북한 피격 사건 등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께 알려드리라고 지시하셨다"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교환한 친서 전문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답장은 지난 12일 송부된 것으로 청와대는 약 2주간 친서 교환 사실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친서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의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며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며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이겨낼 것이다.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료애를 느꼈다"며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과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측의 코로나19 재확산과 태풍 피해를 거론하며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했다.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건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당시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고, 친서 교환 하루 만인 3월 5일에 공개됐다. 다만 이때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알렸으며, 내용도 일부만 공개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의 친서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다라고 자세히 밝히는 건 외교상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전체적인 이런 일이 있었다라는 것만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였던 상황에서도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이번 사태와 관계 없는 친서 전문을 공개한 데에는 특별한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북한과의 핫라인이 모두 끊겨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북한의 통지문 공개 당시 친서 교환 사실이 언급되면서 억측이 난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전문까지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무관한 보름도 더 된 김 위원장과의 친서 교환은 왜 운운하나"라며 "이런 걸 우리는 흔히 '물타기'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자마자 청와대에서 그간 오간 친서까지 난데없이 공개했다"며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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