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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할많하당] 정부 '일방통행'에 꺾여가는 동학개미


입력 2020.10.12 07:00 수정 2020.10.11 22:0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정부 "과세 대상 대주주 세대 합산 3억" 발표…개인 "현대판 연좌제" 불만 토로

요건 낮출시 '대량매도→주가하락→손실확대' 가능성 높아…유연 태도 보여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는 '대주주 요건'이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회사 주식 보유액이 10억원을 넘을 경우 대주주에 해당돼 주식 매매차익의 22~33%를 양도소득세로 내야한다. 정부는 이 대주주의 요건을 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방안이 나오자마자 연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이 방안을 주도적 이끌어 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등장했을 정도다.


개인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부가 과세를 예고한 대주주 요건이 본인뿐 아니라 부모·조부모·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의 보유 주식을 모두 포함해 결정한다는 점이다.


A라는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원 어치만 보유하고 있어도 주변 친·인척이 같은 주식을 2억90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면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현대판 연좌제로 표현하며 현실과 맞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다.


두 번째는 대주주가 되는 주식 보유 액수다. 3억원은 너무 적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국내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의 11조9000억원보다 160.5%(19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전체 80%(25조원)가 넘었다. 실제로 특정 주식을 3억원 넘게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있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보유주식이 3억원에 못 미치는 개인 투자자들까지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세대상도 아닌 투자자들까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현재 일반 개미가 자산증식의 꿈을 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가혹할 정도로 부동산을 옥죄면서 개인에게 투자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아울러 연이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개인에게 자본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안겼다.


이처럼 접근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시장이 조성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어 동학개미가 됐다. 개미들은 실제 과세에 대한 걱정이 아닌 주식시장이란 마지노선을 빼앗길 우려에 이 방안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들은 대주주 양도세 방안 발표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5거래일 간 코스피를 1조3450억원 규모로 팔아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2400포인트까지 이끌어온 개인들이 무언의 시위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정부 방침대로 대주주 요건이 3억원까지 낮아지면 매년 연말 쏟아지던 순매도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대주주는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매년 12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에 개인 투자자는 매년 연말이면 3~5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왔다.


대주주 요건이 낮아져 개인이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떨어지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들이 입게 된다. 나아가 주식시장에 대한 희망조차 잃게 된다. 당장 눈앞의 위기보다는 향후 안정적인 시장에서 거래하고 싶은 열망이 불만으로 발현된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금도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주식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수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과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주주 요건을 세대합산에서 인별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7월 양도세 과세 대상인 주식 차익 범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는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응원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투자 의욕을 꺾는 방식은 안 된다"는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진심으로 증시를 끌어올린 '동학개미'을 응원하고 싶다면 그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인 주식시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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