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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함정 경고등②] “투자 파티는 끝났다”…시중자금 은행으로 U턴


입력 2020.10.12 05:00 수정 2020.10.11 22:08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빚투·패닉바잉 열풍 주춤…은행 요구불예금 두달 간 30조↑

정기예금도 9조 쑥…“시장 변동성 확대에 머니무브 지속”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쏠리던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하면서도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은행으로 유동성 자금이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부동산 대책, 증시 조정국면 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은행권으로 향하는 ‘머니무브(자금대이동)’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52조5864억원으로 8월(536조6678억원) 대비 15조9186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자유입출식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돈으로,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이 확보해도 부담이 없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된 최근 두 달(8월~9월) 동안 30조원 가량 불어났다.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정기예금 잔액은 635조7964억원으로 전월 말(628조6202억원) 대비 7조762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652조3277억원) 이후 7월(627조6655억원)까지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6월에는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된 8월 다시 9547억원 늘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8월과 9월 두 달 동안 9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NH농협은행은 8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이 129조5189억원에서 9월 말 133조7776억원으로 4조2587억원 증가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137조4121억원에서 140조1715억원으로 2조7594억원 불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한달 새 각각 2조4422억원, 1조2170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들을 중심으로 대기성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초저금리 기조에도 은행들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언제든지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대기성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0년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0.81%로 7월(0.82%)보다 0.01%포인트 낮아졌다. 6월(0.89%) 이후 석 달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순수저축성 예금금리는 평균 0.80%에 불과했다.


8월에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 가운데 84.3%는 금리가 연 1%가 안 되는 0%대 금리였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젊은층의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주춤해졌고 대출 규제 강화로 ‘빚투(빚 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열풍도 수그러진 점도 영향을 줬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대기 자금을 은행에 묶어 두려는 것이다.


여기에다 숨 가쁘게 달려온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인데다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청약 환불금의 일부가 흘러 들어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은행권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한 유화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임박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내 주도 양도소득세 관련 ,정부의 대주주요건 강화 등이 10월 증시의 변동성 확대 여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예금 금리가 0%대로 낮아지면서 매력이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현금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유동 자산과 부동산 처분으로 생긴 현금을 일단 은행에 묶어두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은행에 묶여져 있는 대기성 자금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 등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곧바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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