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오포 등 중국 업체에 부품 공급 확대
차세대 AP·디스플레이 제공…경쟁 우위 선점
“불확실성 가중은 변수…시장 예의주시 해야”
삼성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업계 큰손 화웨이의 공백을 최소화 하고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미국 정부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삼성 입장에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QD디스플레이, 이미지센서 등의 부품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중국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신 5나노 공정이 적용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1080’을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북미와 더불어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초미세공정인 5나노 공정 AP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TSMC와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한편 화웨이 제재 이후 급증한 중국 업체들의 외부 칩 수요 대응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초미세 공정인 5나노 프로세서에서 모바일 AP를 양산할 기술을 갖춘 업체는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뿐이다.
대만의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미디어텍의 칩셋을 사들였던 비보와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최근 삼성의 칩셋을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1위 소니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가성비를 주 무기로 하는 중국 업체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샤오미와 오포, 리얼미 등이 주요 고객사로 거론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3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소니(4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가 21.1%p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1년 만에 격차가 10%p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퀀텀닷(QD) 양산을 위한 설비 입고를 마무리하고 고객사를 물색 중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첫 공급처로 중국 최대 TV업체 TCL이 거론되고 있다.
TCL은 내년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 라인 착공에 들어가는 한편 같은 해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 IFA에서 QD-OLED 패널을 기반으로 한 65인치 TV를 최초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이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화웨이의 공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한 바 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을 공략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제재가 현재 화웨이와 SMIC 등 중국 일부 업체에 한정돼 있지만 추후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매출 공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시장에서의 거래처 다변화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 시장은 정치적 상황에 민감한데다 미국과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