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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종이꽃' 상처투성이 현실 앞에서 피어내는 희망


입력 2020.10.22 12:32 수정 2020.10.26 08:3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로드픽쳐스 ⓒ㈜로드픽쳐스

영화 '종이꽃'이 죽음 근처에 머무는 이들이 결국 주변인에게 상처를 치유받으며 각자의 희망을 피어낸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잊고 사는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결핍이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영화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다. 성길은 장의사로 평생 관 속에 넣을 종이꽃을 접어온 인물이다. 시체를 닦고 수의를 입히며 오랜 시간 죽음 곁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상조회사의 등장으로 장의사로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아들 지혁(김혜성 분)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성길은 결국 상조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지혁은 의대생이었지만 여행 길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후, 삶의 의지를 버리고 항상 죽음만을 생각한다. 아버지 성길과의 관계도 좋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런 성길과 지혁 부자 앞에 이웃 은숙-노을 모녀가 등장하고,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조금씩 웃음을 찾아나간다.


은숙은 과할 정도로 밝은 캐릭터로, 삶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지혁을 희망 속으로 끌어당긴다. 조용하던 성길, 지혁 부자의 삶을 은숙의 휘저으며 기분 좋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은숙의 긍정적인 성향 뒤에는 남 모르는 아픔이 담겨 있다.


영화 후반에 밝혀지는 은숙의 비밀이, 그가 왜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은 성격을 내세우는지 설득력을 가진다.


성길은 옆집 소녀 노을과 함께 고양이 장례식을 치르고, 죽음과 멀어보이는 노을에게 "죽으면 다 똑같다"고 말하는 등,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는 성길이 상조 회사에 입사하며 돈으로 삶의 마지막이 결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또 학대, 꿈의 실패, 갑질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문제를 건드린다.


'종이꽃'은 꽃이 귀하던 시절, 소외 받거나 가난했던 이에게도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의 숭고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식으로 쓰여왔다. 가진 것과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종이꽃'이 제목이자 주제로 관통한다.


'종이꽃'은 지난 4월 제 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인 백금상과 안성기의 남우주연상으로 2관왕을 차지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영화가 가져가려는 숭고한 메시지의 중심을 잡아준다. 유진은 무거울 수 있는 이 영화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해사한 얼굴을 한 김혜성의 연기 변신이 새롭다. 죽음을 원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살고싶어하는 지혁의 고민을 섬세하게 담았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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