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연루 금감원 직원엔 감봉 처분...증권사 CEO는 중징계 논의
국감에선 "독립성 강화" 주장...내부 기강 해이 책임부터 통감해야
“자기 직원은 감싸주기에 급급하면서 증권사에는 중징계를 행사한다면 이를 업계에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금융당국은 사전감독 부실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무차별하게 칼을 들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태 관련 판매사를 대상으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유보하면서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반발이 심한 만큼 다음 달 열리는 2차 제재심에서도 결론이 나기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은 이미 판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무 정지’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문제는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속에 전·현직 금감원 직원들의 펀드 사기 연루 의혹이 계속 불거지며 금감원의 책임론도 거세졌다는 점이다.
이번 제재심에선 증권사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까지 징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원회 의결로 직무 정지가 그대로 확정되면 해당 CEO는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현재 증권사들은 CEO까지 징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한다. 내부통제의 CEO 책임과 관련해 국회에서 아직 법이 개정되지 않아 법적 근거가 약할뿐더러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제재가 확정될 경우 소송전 비화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금감원의 내부 징계 수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됐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돼 검찰 수사, 징역형 선고 등을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향응을 제공 받은 내부 직원에게 감봉 3개월이라는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금감원이 금융사들에는 엄중한 잣대를 댄 반면, 스스로엔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에서 금융사들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책임을 금융사만 지고 가는 게 맞는 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최근 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오히려 ‘금감원 독립성 강화’를 언급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에 무게를 두자 금감원은 금융위의 규제 완화 정책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맞선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해 외풍에 휘둘려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는 전·현직원들의 비위가 발생하며 감독기관의 권위가 실추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 마다 면피용 구실 찾기로도 쓰였다.
하지만 올해 연이은 대형 금융 스캔들이 터지면서 금융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책임 떠넘기기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먼저 내부 기강 해이로 벌어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대형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 쪽으로만 몰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금감원 스스로의 엄격한 진상조사와 자체 징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금융권에 떳떳하게 규제의 칼을 빼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