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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판사·검사·기자·간호사까지'…전문직 작가들의 드라마 데뷔


입력 2020.11.04 05:00 수정 2020.11.04 07:0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BS, JTBC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고, 공부한 적도 없고, 써본 적도 없으니 곽정환 감독은 판돈 크게 걸린 판에서 대단한 모험을 한 셈이다"


SBS 새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집필한 박상규 작가의 말이다. 이 작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가 책으로 엮은 '지연된 정의'를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 등 사법 피해자들의 진실을 밝히고 재심을 이끌어낸 인물로 '지연된 정의'에 취재 과정을 담았다.극 중 박태용(권상우 분)은 박준영 변호사를, 박삼수(배성우 분)는 박상규 기자를 모델로 한 캐릭터들이다.


눈에 띄는 점은 원작자인 박상규 작가가 드라마 집필까지 참여했다는 것이다. 기자 출신인 박상규 작가를 포함해 방송과는 거리가 먼 전문직 활동 혹은 경력을 살려 드라마에 뛰어드는 신예 작가들이 생동감 있는 이야기와 직업적인 현실성을 그려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박상규 작가에게 드라마 대본을 제안한 곽정환 감독은 2018년 JTBC '미스 함무라비'를 원작자인 문유석 작가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문유석 작가는 실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재직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법정을 배경으로 쓴 책 '미스 함무라비'를 드라마 대본 작업까지 직접 했다. 문유석 작가는 당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력, 현실적인 에피소드들로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 작가는 법정을 통해 악을 응징하는 재판장과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배석판사의추적을 그린 드라마 '악마 판사'의 집필에 또 한 번 도전한다.


최근 종영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류보리 작가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선화 예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공연예술경영학 석사, 예술 매니지먼트사인 IMG아티스트와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인턴을 거쳐 뉴욕 필하모닉 마케팅부와 소니뮤직 마케팅부에서 근무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음악학도의 현실적인 진로 고민과 시청자가 낯설게 느낄 수 있는 클래식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이같은 류보리 작가의 이력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방영한 기간제 교사가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사랑 받았던 tvN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도 실제교사 출신이다. 박 작가는 자신이 보고 느낀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의 서열, 기간제 교사들끼리의 암투, 매해 변하는 입시 상황 등 삶의 축소판인 학교 사회를 다뤘다.


이외에도 '오마이베이비'의 노선재 작가는 실제 육아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드라마 속 직업의 현실성을 살렸으며, '검사내전'은 현직 검사인 김웅 작가가 화려한 검사가 아닌 지방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를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의 디테일을 살렸다.


내년에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를 쓴 간호사 출신 김현아 작가가 드라마 작가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현아 작가는 1996년부터 21년 2개월 동안 외과중환자실 간호사로 재직하며 느낀 의료현실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에 책에 담았으며, 드라마화하는 작업까지 작가로 참여한다.


전문직 경험을 살린 작가들의 드라마의 강점은 현실성과 디테일이다. 취재가 아닌, 본인이 일터에서 일정 기간 동안 몸 담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서 전업 드라마 작가들과의 차별성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아카데미나 보조 작가를 거쳐 오랜 시간 대본 작업을 훈련한 보통 드라마 작가들에 비해 구성이 빈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또 익숙하지 않은 대본 작업에 고충을 겪기도 한다. 박상규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동안 써온 글과 많이 달랐고,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1부를 18회를 수정했다고 밝히며맡기는 것도 고민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종사자 아닌 이상 알 수 없었던 숨겨진 1mm를 찾아내는 디테일과 허상이 아닌 현실을 그려내는 공감력이 전문직 경험이 있는 작가들의 데뷔, 혹은 차기작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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