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추경, 코로나 충격 덜어…그래서 아쉬운 8월 재확산
59년 만 4차례 추경, 적재적소 투입 경기하강 속도 늦춰
"성장률 0.5%p 상향조정 효과"…-1.6%까지 떨어졌을 듯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정부가 59년 만에 한 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랏돈을 투입한 것이 그나마 충격을 완화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 경제는 지난해 경기 둔화를 딛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그 기대는 1분기를 채 넘기지 못했다.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곳곳에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1분기(–1.3%) 일찌감치 마이너스(-)로 후퇴했고, 2분기(-3.2%)에는 더욱 뒷걸음쳤다.
그럼에도 KDI는 지난 3~4월 코로나19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차례 대유행한 뒤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올해 0.2% 성장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간헐적으로 지역 감염이 나타나긴 했지만 온 국민이 방역 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일상을 이어가면서 경기 회복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확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로부터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으며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역할이 주효했다. 재정 악화 우려에도 적재적소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며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는 데 올인했다.
정부는 올해 3월 코로나19 방역 및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시작으로, 4월에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마련했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하면서 얼어붙었던 내수에 다시금 온기가 돌았다.
내친김에 7월에는 역대 최대인 35조1000억원 규모 3차 추경을 통해 상반기 깎아 먹은 성장률을 만회하고자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7조8000억원 규모 4차 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어루만졌다.
정부의 이 같은 적극적 재정 투입은 성장률 제고로 이어졌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10일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4차례 추경이)올해 성장률을 0.5%포인트(p) 상향 조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의 전방위적 충격으로 민간의 성장 기여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이 급격한 성장률 저하를 막았다는 분석이다.
KDI는 "3분기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상품부문을 중심으로 반등하는 등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글로벌 경기 하방위험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국내 경제는 경기 회복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대내외 불안 요인이 있지만 4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깔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KDI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광복절 기독교 단체의 광화문 집회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9월 수출이 모처럼 상당 폭 반등하고, 경기 회복 조짐이 주요 경기지표에서 나타나는 시기였다. 3분기 성장률도 앞선 1·2분기 거듭된 역성장의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전 분기 대비 1.9%나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힘겹게 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껏 부풀었던 V자 반등의 기대가 수포가 된 것은 물론, 70조원 가까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효과도 반감되는 등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민간소비 감소가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며 "매우 뼈아프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방역의 절실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8월 재확산 만 아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여파로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효과까지 제한된다는 평가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대희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제전망과 함께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밀집활동 관련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이 제약됨에 따라 경제정책의 파급효과가 과거에 비해 약화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대응한 방역정책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면·밀집활동 서비스업과 고용 안정화를 위한 재정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